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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敗者)의 박수소리를 듣고 싶다

  • 기사입력 2018.05.10 09:45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

지방선거에 돌입하였다. 그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여 산불이 난 것처럼 여기저기 과열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집권당의 막중한 지지도에 힘입어 더욱더 가열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당의 지지도는 60%를 넘보고 있으며 대통령의 국민지지도는 70%를 넘어 역대 최고의 수치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선 확정이라는 무너지지 않을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후보자들의 경쟁의식과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그러나 너무 과열된 선거 열풍은 그만큼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실 이러다가 분열되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집권당의 후보자가 난립하다 보니 자격 미달의 후보자들마저 여기저기 손을 내밀어본다든가 아니면 포장된 이력으로 일시적인 바람을 일으켜 차후를 내다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선거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현재까지 경선이 지연되었던 이유도 너무 과열된 경쟁 때문이지만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집권당의 의도적인 정책이었으리라 여겨진다. 그중에서 경선이 마무리된 곳의 어느 후보자는 자신이 낙선된 이유를 대라며 항의하다 자해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또 어느 곳에서는 당 대표에게 행동으로 항의하는 등 선거의 후유증이 쌓여가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태라면 앞으로 더욱 문제다.

선거는 열풍에 의해 치러지고 결과에 의해 순차적으로 정리되는 정의로운 과정이다. 이때는 승자와 패자간의 우열이 가려지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낳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의 화답을 해야 진정한 민주주의의 축제가 된다. 한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승자와 패자간의 화합된 모습을 볼 수 없어 이대로 계속해야 하는지 우려를 낳고 있다.

‘신자치지본(身者治之本)’이라는 고사가 있다. ‘자신이 다스림의 근본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갈고닦는 일은 좋은 경영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승자는 실수했거나 잘못을 했을 때는 ‘내가 잘못했다’며 솔직하고 명확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어린사람에게도 사과를 할 줄 알며 항상 긍정적이지만, 패자는 ‘너 때문이다’는 식의 핑계를 대거나 노인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못하며 매사에 부정적이다. 또한 승자는 패배에 두려워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갖고, 패자는 늘 시간에 매달려 살면서도 즐거움을 못 느끼며 근심과 한숨이 가득하다. 이것을 본다면 정치가의 덕목이 어디에 있는 것이 옳은가를 말해준다. 정치는 나라와 국민이 잘살게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관리하는 일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근본정신이 없다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을 옳게 다스리는 기본정신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

현대의 정치는 집권자에 의해 임명되는 절차가 있는 게 아니고 국민의 성원으로 선거제도를 통하여 이뤄진다. 국민이 곧 집권자이다. 이것을 볼 때 과연 현재의 정치가들은 자신보다 국민을 위하는 기본자세가 되어있는가.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를 낳지만, 선거 후에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미풍이 불어야 한다. 그게 정치의 기본이다. 한데 패자가 되었다고 승자를 무시하든가 심지어 방해까지 한다면 그 사람이 떨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격이 되고 만다. 굳이 친한 친구처럼 사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도덕을 갖춘 인물이라면 승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고 뒤를 받쳐줘야 한다. 그런 행동이 차후를 노릴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국민은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선거에서는 패자의 성숙한 박수 소리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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