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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 속에서 취한 꽃잠...연제진 시집 『꽃잠 The First night』 출간

  • 기사입력 2018.06.28 09:44
  • 기자명 차성웅 기자

연제진 시인이 첫 시집 『꽃잠 The First night』 (도서출판 가온)을 출간했다.

주말이면 반복되는 항암치료로 병마와 싸우며 더욱 절실하고 소중한 한 권의 시집을 자신만의 체험과 언어의 형상을 뛰어넘어 담담하게 풀어내놓았다. 그만의 진실을 담아 잔잔한 필치로 펼쳐놓았기에 삶의 흔적들은 더욱 수채화와 같이 투명하면서도 향기가 짙다. 군데군데 사무치는 그리움과 회환도 있고, 생의 갈망도 엿볼 수 있어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 연제진 시집 『꽃잠 The First night』


시집 해설에서 유승우 시인(문학평론가)은, 연제진 시인의 영혼의 집에 들어가 정원의 풍경을 낱낱이 살펴보고 “식물생명의 절정은 꽃이고, 인간생명의 절정은 시이다. 그러니까 꽃은 풀과 나무의 시이고, 시는 인간생명의 꽃이다. 꽃은 나무의 꽃이나 잡초의 풀꽃이나 가릴 것 없이 저대로의 빛과 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꽃의 생명이고, 식물생명의 존재의미이다.

연제진 시인이 사랑으로 가꾼 영혼의 꽃밭을 돌아보며 그의 생명이 피워낸 꽃의 빛과 향을 만나 보았다. 그 결과 그만의 사랑의 빛과 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의 사랑의 빛깔이란 그만이 새로 지은 형(形)의 비유와 상징이다. 어렵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비유와 상징에서 한국시의 새로운 형(形)을 시사 받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 다음 사랑의 향기란 거짓 없는 진실성의 향기이다. 연제진의 문장 하나하나에서 인위(人爲)가 아닌 진실성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음을 또한 고백한다. 거친 것 같으면서 꾸밈없는 그의 문투에서 진실성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라고 한다.

또한 연제진은 「빙정氷晶」이나 「귀이개」같이 흔히 만날 수 없는 낱말을 시의 제목으로 쓰고 있다. 빙정(氷晶)이란 낱말과 그 뜻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위의 시 「귀이개」도 귀 속의 지를 후비어내는 기구의 이름으로 요즘의 사람들은 잘 쓰지 않는 단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더스트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빙정 현상을 체험했고,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귀에 지를 후벼주시던 어머니의 젖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 시인은 이 두 작품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빙정氷晶」이 물리적 자연 현상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사물시라면, 「귀이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 서정시다“라고도 밝혔다.

이 시대에 소통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진정성과 서정이 깃든 아름다운 시로 엮어진 시집이다. 그의 서정의 시 세계가 주목받기를 기대한다.



창호에 피는 꽃

문살문에 꽃이 피었다
새로 바른 뽀얀 창호지가
어여쁜 꽃잎을 보듬고 있다

올 가을 어머니는
손수 간택하신 가을꽃을
안방 문으로 들이셨다

수채화가 창호에 걸린 듯
해가 뜨면 꽃잎에 불을 밝히고
밤이면 향기로 달빛을 모은다

사계절 문지방을 들고 나며
꽃을 피우는 어머니는 낭만객
창호지 문은 화수분이 된다

문풍지는 덩달아 신명이 나
틈새 바람을 모은 사랑의 멜로디를
창호에 핀 꽃으로 보낸다



▲ <연제진 시인>

<약력>
-충북 출생
-교육학 석사
-전 금융인(KEB Bank)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주문학회 회장 역임.
-가온문학회, 새한국문학회, 화백문학회 회원
-공저: 『흔들리지 않는 섬』
-시집: 『꽃잠 The Firs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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