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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시집, 『발틱에 귀 기울이다』 발간

시인과 함께 떠나는 인생 성찰의 긴 여행

  • 기사입력 2018.07.20 09:51
  • 기자명 차성웅 기자

김민재 시인의 세번째 시집 『발틱에 귀 기울이다』(푸른사상 펴냄)가 출간되었다.

▲ 김민재 시집, 『발틱에 귀 기울이다』


사람들은 늘 일상에서 멀리 떠나 무언가를 찾고자 갈망한다. 특히 시인은 그 행로가 어디서이든 자아와 결부되어 새로운 창작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김민재 시인은 여행지의 반경을 넓혀 낯선 세계에서 마주한 모든 것과 교류하며 그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깊이 있고 섬세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 시집은 여행을 테마로 제1부 ‘발트해에 귀 기울이다’ 제2부 ‘동유럽에서 길 묻다’ 제3부 ‘대서양이 말을 걸다’ 제4부 ‘지중해와 눈 맞추다’ 제5부 ‘아라비아해와 손 잡다’로 구성되어 있다.

함동선 시인(중앙대 명예교수)은 “김민재 시인의 여행시는 신화의 배경이 된 자연, 역사, 종교의 상징이고 비유다. 신화는 시의 첫 행이기 때문에 우리 시의 지향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으며,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김민재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공간적 배경을 오대양 육대주로 넓혔다. 그런데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여행 산문집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찾아간 나라의 풍습과 풍광을, 역사와 문화를, 자연과 문명을, 종교 상황과 사회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고 세심히 형상화한다”며 “그런 점에서 시인은 현대의 혜초다. ‘왕오천축국전’에 5편의 한시가 실려 있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시인은 시상이 떠올라 펜을 꺼내 든다. 하지만 시인의 의식은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언제나 고국으로 다시 떠나온다. 회한과 정한, 절망과 소망의 나라로, 어디를 가나 슬퍼하는 사람, 아파하는 사람이 있기에 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철 시인(숭의여대 교수)은 작품 해설에서 “김민재 시인은 인생을 성찰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시인은 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인간이 평생을 걸쳐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문제가 ‘나는 누구인가’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유와 질문으로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통과한다. ‘나’라는 존재를 탐색하려는 내면 여행에서 우리는 주체이자 타자가 된다. 바라보는 주체도 대상도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김민재 시인에게 여행은 내면의 탐색이자 발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는 일에 집중하며 수없이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데, 독자들은 김민재 시인과 동승하여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의 국경을 넘어서부터 히말라야의 페와호까지 먼 여정의 길을 돌아오게 될 것이다. 시인의 다음 여행지가 무척 기다려진다.



사라지다 ― 아주르 윈도우·2
김민재

몸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사라졌는지 모른다

따뜻함을 가장한 바람은 어둠을 뚫고 빠져나와
새벽에 강풍을 몰고 왔다

새벽을 먹어치운 강풍은 이른 아침
내 몸을 지중해에 구겨 넣었다

어느 순간에 삼켰는지 모른다

어쩌다 나는 죽었고 너는 날 만질 수도 다시 볼 수도 없다는 걸
아직은 모른다

만지면 바로 만져질 것 같은 몸 바라보면 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얼굴을
아직도 모른다

눈 깜박할 사이 사라진 나를 나도 모르고
강풍은 어쩌다 무례함을 저지른 채 침묵이다

나는 신이 빛은 조각물 자연으로 돌아가고
넌 날 보지 못하는 목마름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내가 모르는 나는 이렇게 사라진다




▲ 김민재 시인


약력: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다문화복지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과정을 수료했으며, 시집 『꿈꾸는 불』 『식빵의 상처』 『발틱에 귀 기울이다』가 있다. 현재 한우리봉사단 독서지도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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