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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 박정현, 아무 때나

  • 기사입력 2018.08.03 10:47
  • 기자명 박정현


아무 때나
박정현


별일이다
내 안에 있어
냄새도 빛깔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 아련하여
밤새 뒤척인다

목련꽃 지는 밤이면
아무 때나
풀 베면 움돋 듯
빈 곳 채우는 그리움

꿈꾸는 수밀도 향기에
꽃물 스민 오감의 전율
있어

적막의 고요 깊어만 간다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누구나 가슴 속에 그리움 하나쯤은 품고 산다. 이성간 첫사랑이나 또 다른 사모의 정이 있어 시시때때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무형자산이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면 그리움은 더욱 솟구쳐 밤을 뒤척이게 한다. 형체가 없어 만질 수 없는 그리움. 어느 봄날 시인은 그리움을 앓는다. 하얀 목련꽃이 뚝뚝 떨어져 그 위에 시인의 젊은 날 한때가 지나간다. 사랑이 가고 젊음이 가고 피붙이 가족도 떠나간 그 시절이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시인의 춘심은 추억을 좇아 뜨거운 여름 길 사냥에 나선다. 말랑말랑한 영원한 육의 안식처인 어머니 가슴 닮은 수밀도 그 복숭아, 그 향기에 젖어 시각ㆍ청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의 전율이 꽃물로 발현된다. 시인은 몸속에 똬리 틀고 있는 그리움의 아우성이 더욱 사무쳐 삶이 스산하고 적막할수록 해후를 갈구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과거를 돌이키며 화려한 날들의 일기를 복기하여 메아리 없는 목소리를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 없는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이다. 한 그리움이 종교적인 의미만을 가진다면 심연 깊이 위로와 평화로 상주하고 있는 신의 사모로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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