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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서울시

  • 기사입력 2018.08.17 10:46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칼럼니스트


가뭄을 견디지 못하는 농작물은 배배 꼬여 말라 죽기 마련이고 더위에 지친 사람은 정신이 혼미해져 상황판단을 못하고 실수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111년 만의 폭염에 휩싸인 재난의 더위는 전 국민을 지치게 하여 무기력하게 만들었는데 급기야 서울시가 여기에 빠져 우롱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볕더위가 계속된 10일~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미니 인공해변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등 도심 광장 3곳에서 '2018 서울 문화로 바캉스'를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15톤의 모래사장 위에 야자수와 파라솔이 설치된 미니 인공해변을 마련하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찾아와 야자수 그늘에 쉬어가며 환상으로나마 해변의 정취를 느끼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이는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변 플라주를 모델로 하였다는데 정책의 계획과 실행이 조잡하여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 행정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 파리의 플라주를 가본 한국인은 몇 명이나 되는지 몰라도 거의 적은 숫자가 그곳을 방문하여 도심 거리에 조성된 인공해변을 보고 사뭇 다른 풍경에 한 번씩은 감탄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을 것이다. 천혜의 해변과는 달리 도심풍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그 효과가 미미하였기 때문이다.

7월과 8월 두 달간 임시 개장하는 인공해변이 더위를 몰아내고 사람들의 안정을 취하기에는 너무 모자란다는 것은 파리시에서도 알고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겠다는 정책이 몇 년간 유지되는 것은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이러한 것을 이해하여 많이 찾아와 잠시의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서울시의 행태를 보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시장이 서민체험을 한다고 삼양동 옥탑 방에 세 들어 그곳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서민들의 어려움을 알아보겠다고 실행한 지가 꽤 지나 이제 곧 원상으로 돌아오겠지만, 국민의 지탄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과연 현실에 반영될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런 때에 서울시청광장에서는 8월 10일~11일에 미니해변 "서울 문화로 바캉스" 주제로 실제 인천앞바다에서 15톤의 모래를 운송해 모래해수욕장을 만들어 콘서트장. 텐트, 소파와 텐트용 모기장 등을 준비하였다. 펄펄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에 해변의 모래를 실어다 붓고 인공야자수를 심어 해변음악을 틀어놓고 홍학 모양의 튜브도 조성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얻으려고 했으나 찾아온 시민들의 원성과 야유가 쏟아지고 말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련한 인공해변은 전혀 무용지물이며 또한 더러워지는 것을 예방한다는 핑계로 저녁에만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방침은 낮에 찾아온 시민들의 불만만 더하게 되고 말았다. 시민을 위한다고 시설을 만들어놓고 광장 청결과 유지 관리를 위하여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그 기간도 10일과 11일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 2일에 15시간 오픈행사를 위한 것에 불과했다. 이것은 누가 봐도 공무원의 안일한 일회성 전시행정이 분명하다. 그것도 해변이라고 이름만 붙여놓았지 실제로는 동네마다 설치한 어린이 놀이터와 똑같고 규모도 도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흉물에 불과하여 지나가는 시민들이 혀를 차는 소리만 높아 갔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일회성 전시행정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있었던가. 더구나 서울시장이 서민들 속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직접 부딪치며 체험하여 서민을 위하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마당에 한쪽에서는 이와 같은 행정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오히려 국민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행정부는 있으나 마나다. 막상 시민들은 해변에 가고 싶어도 경제가 어려워 자제하는 판에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안일한 발상인지,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시민인데 도깨비 같은 전시행정을 펼쳐 놓고 더욱 열을 받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낱낱이 파헤쳐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과거 암흑천지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지금도 펼치는 정부나 시청이라면 국민의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회성 전시행정을 벗어나 진정성 있는 행정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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