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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승탑에 새겨진 철감선사의 혼 ‘화순 쌍봉사’ 2

  • 기사입력 2018.09.21 10:15
  • 기자명 정진해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재 :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和順雙峯寺澈鑒禪師塔) 국보 제57호
소재지 :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중리 사동마을 쌍봉사



철감선사탑비 옆에는 철감선사 도윤(澈鑒禪師 道允, 798∼868)의 유골을 안치한 탑이 있다. 높이는 2.3m로, 쌍봉사의 서북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이 승탑을 만든 시기는 철감선사가 입적한 통일신라 경문왕 8년(868) 즈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에 많은 승탑이 있지만, 통일신라 시대의 승탑 중에 정교하고 많은 조각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철감선사의 승탑과 비교할 수 없다. 조각 하나하나가 심혈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깎고 다듬은 석공의 정성스러움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작품으로, 당시에 만들어진 승탑 가운데 최대의 걸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승탑의 각 표면에는 자연을 조화롭게 끌어들이고 이곳에 각종 장식과 장엄, 부조상 등을 과감하게 표현하였음을 볼 수 있다. 승탑을 화려하게 꾸민 것은 철감선사가 사찰에서 어느 위치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지만, 승탑 자체에 어떤 상징성을 표현하려는 측면이 내재하여 있음을 암시한다.

▲ 철감선사 승탑


승탑은 신라 승탑의 전형적인 양식인 8각 원당형(圓堂形)으로 조성되었지만, 여느 신라 승탑보다 세부 조각이 우수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구(架構) 수법도 목조 건물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서 구현하여 그 당시 건축 기술의 단명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철감선사 승탑


탑은 받침대의 아랫돌이 1매, 받침대의 중간돌과 윗돌이 1매, 몸돌이 1매, 지붕돌이 1매로 모두 4매의 석재로 이루어져 있다. 시멘트로 보강된 넓은 바닥돌은 승탑 전체를 안전하게 표현하였고 두 번째와 3번째의 받침석은 아래 받침돌에 비해 많이 축소되어 승탑 전체를 균형 있게 보이게 하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받침돌은 하나의 돌로 이루어졌으며, 아랫단보다 윗단은 축소되어 구분된다. 4번째 받침돌 단면이 원형으로, 아랫부분에는 아랫단보다 넓은 8각 2단의 각진 굄과 원형의 낮은 굄이 조각되었다. 옆면에는 권운 무늬가 전면에 가득 조각되어 있는데, 특히 윗부분은 거의 둥글게 표현되었다. 권운은 새털구름을 뜻하며, 견운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문양은 고조선의 건국신화에 풍백, 우사와 함께 ‘운사(雲師)'’로 등장하는가 하면 조선 시대의 궁궐계단이나 난간에 하늘을 상징하는 구름의 문양을 조각하였다. 예로부터 불교에서 수도승을 운수객(雲水客) 또는 운수승(雲水僧)이라 불러왔었다. 물과 구름을 승려이자 수행에 비유하였다. 구름과 물이 흐르는 것은 번뇌와 무상의 표현이었으며, 구름이 구속되지 않는 모습은 초월적인 원리로서의 무아심(無我心)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 철감선사 승탑


구름무늬 사이에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졌는데, 이렇게 형상화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진평왕 50년(628) 여름에 가뭄이 심하자, 구름을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용을 그려 놓고 비가 오기를 빌었던 ‘화룡기우(畵龍祈雨)’의 전통을 계승하여 개국 초부터 화룡제를 빈번하게 거행했다. 구름 사이에 용이 꿈틀거리며 발로 여의보주를 위쪽에서 받치고 있는 모습은 이를 갖고 있으면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조각해 둔 것으로 본다.

윗면에는 8각의 낮고 각진 굄이 새겨져 있다. 윗단은 아랫단과 달리 단면이 8각이다. 여기에 팔각을 두게 된 것은 모든 고의에서 벗어나는 도리를 일컫는 것으로, 부처의 세계는 동그라미로서, 깨달은 자는 머리 뒤에 원이 생긴다고 하였다. 8각은 수행이 완성단계에 접어드는 동시에 완성을 뜻한다.

▲ 철감선사 탑비


팔각의 모서리에는 초본식물을 날개처럼 세운 기둥을 새겼고, 기둥과 기둥 사이 8면에 사자 1구씩 돋을새김 하였다. 사자상은 석탑이나 석등 등에도 나타나는데, 이는 권능과 위신력 자체를 상징하며, 사지빈신의 기개로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외호의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불교 석물에 나타난다.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조성된 구례 화엄사의 사사자삼층석탑이나 불국사 다보탑의 사자상, 범어사 대웅전 앞 사자상, 제천 사자빈신사지의 4사자삼층석탑 등에도 사자상이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충주 보각국사부도 앞 석등이나 보는 법주사 쌍사자석등, 합천 영남사지 쌍사자석등 등에도 사자상이 있다. 사자는 네발 달린 짐승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존재로 두려움이 없고 모든 동물을 능히 조복시키는 위엄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도 이와 같아 불법을 비난하고 헐뜯는 자들을 포함해 모두를 조복시키기에 ‘인사자(人獅子)’로 불린다. 부처님 설법을 사자후라고 하는 것은 설법하는 모습이 당당하고 두려움이 없으며, 강설하는 음성이 사자가 포효(咆哮)하는 것처럼 우렁차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자리를 사자좌라 하는 것도 부처님이 사람 중의 사자가 되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제왕의 자리를 용좌라 하는 것과 같다.

▲ 철감선사승탑 사자문


철감선사 승탑의 사자는 앞다리를 들고 있거나 구부리고 앉아 있는 등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머리도 위를 바라보거나 아래를 향해 숙이고 있는 등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이것은 어느 한 곳도 빼놓을 수 없이 수호한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다양한 행동을 하고 있으면서 얼굴은 모두 정면을 향해보고 있다.

▲ 철감선사승탑 가릉빈가문


사자문 위에는 높직한 8각의 굄이 있다. 굄은 위쪽을 받쳐서 안정시킨다는 의미이다. 위쪽에는 승탑의 몸돌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정감을 주기 위한 굄이다. 안쪽으로 둥글게 굽은 1단의 굄을 두르고 그 위에 높고 둥근 받침을 마련하였다. 맨 윗부분은 가운데 받침돌의 밑면이 끼도록 오목새김 하였다. 단면 8각의 가운데 받침돌은 윗받침돌과 하나의 돌로 이루어졌으며, 다른 부분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밑면은 아래 받침돌 윗단의 윗면에 새겨 놓은 홈에 끼도록 안쪽으로 둥글게 굽었으며, 아랫부분에는 높은 1단의 굄 위에 다시 낮은 굄이 새겨져 있다. 옆면에는 모서리마다 위아래로 날개 모양으로 펼쳐진 초본식물 잎을 기둥으로 세우고, 그 사이의 각 면에는 상상의 새인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얼굴과 연체동물의 다리 같은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가릉빈가는 불교를 상징하는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범어(梵語)의 가라빈가(Kalavinka)를 번역한 것이다. 이 새는 극락정토에 깃들며 인두조신(人頭鳥身)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태가 매우 아름답고 소리 또한 묘하여 묘음조(妙音鳥) 호음조(好音鳥)라 부른다. 머리와 팔은 사람의 형상을 하였고 몸체에는 비늘이 있으며 머리에는 새의 깃털이 달린 화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윗부분에는 8각의 낮고 각진 3단 받침을 마련하여 윗받침돌을 받치게 하였다. 윗받침돌은 연화대와 몸돌 굄돌로 이루어졌다. 둥그런 연화대의 옆면에 앙련(仰蓮)의 연꽃무늬 16개가 둘려 돋을새김 되었는데, 연꽃의 가운데는 화려한 꽃무늬로 장식하였다. 연화대의 윗면에는 연꽃잎의 끝부분을 따라 낮고 각진 1단의 굄이 새겨져 있고, 다시 그 안쪽에는 몸돌 굄돌을 받치기 위해 마련한 각진 8각의 1단 굄이 있다.

몸돌 굄돌은 단면 8각으로 높은 편이다. 각 모서리에는 세로로 세운 짧은 기둥인 동자주가 상다리처럼 둥글게 조각되었고 겉면에는 가로로 1줄의 선이 오목새김 하였다. 동자주와 동자주 사이의 각 면에는 측 연화문 1구씩 깊게 오목새김 되었으며, 측 연화문 안에는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가릉빈가가 1구씩 돋을새김 되었다. 덮개돌처럼 처리된 윗부분의 옆면에도 동자주의 겉면처럼 가로와 세로로 1줄의 선이 오목새김 되어 있다. 윗면에는 몸돌을 받치기 위해서 둥글고 각진 2단의 굄을 새겼는데, 둥근 굄의 각 변에는 꽃잎이 아래로 향한 복련(覆蓮)의 연꽃무늬가 7개씩 장식되었다.

▲ 철감선사승탑 사천왕상


단면 8각의 몸돌에는 모서리마다 둥근 기둥이 조각되었는데, 가운데 부분이 볼록한 배흘림 수법이 뚜렷하다. 기둥 위에는 주두(柱頭)가 표현되었고, 둥근 기둥 사이에는 가로로 올린 횡방(橫枋)이 조각되었으며, 횡방 가운데에는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소루가 새겨져 있다. 앞면과 뒷면에는 네모난 테두리 안에 자물쇠가 조각된 문비(門扉)가 오목새김 되었고, 나머지 6면 가운데 4면과 2면의 각 면에는 각각 서 있는 사천왕상 1구씩과 함께 공양비천상(供養飛天像) 2구씩이 장식되어 있다. 사천왕상은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으며 두광(頭光)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방위에 따라 각기 다른 지물(持物)을 지니고 있다.

▲ 철감선사승탑문비


하나의 돌로 만들어진 지붕돌은 단면 8각으로 윗면인 낙수면은 평박한 편이다. 모서리마다 내림 마루인 우동은 굵직하면서도 화려하게 조각되었고, 기왓골도 뚜렷하게 표현되었다. 처마에는 암막새와 수막새의 막새기와가 새겨져 있다. 수막새 기와에는 8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무늬가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밑면에는 4곳에 비천상이 돋을새김 되었고, 나머지 4곳에도 각각 향로와 꽃무늬가 새겨졌으며, 서까래와 부연(副椽)도 표현되어 있다. 꼭대기에는 2단의 각진 굄을 두어 상륜부를 받치게 하였지만, 현재 상륜부의 부재는 남아 있지 않고, 굄의 가운데 부분에만 둥근 찰주 구멍이 있다.

이 승탑은 도굴꾼이 사리장치를 빼내기 위해 쓰러뜨려 놓은 것을 197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였으며, 이때 지붕돌의 추녀 여러 곳이 파손되었다. 단단한 화강석을 다듬어 아름답고 정교하게 각선미를 잘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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