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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엮으며 자연의 아우성을 듣다"

김선진 시인 산문집 『소리치는 나무』 출간

  • 기사입력 2019.04.15 14:43
  • 기자명 이경 기자

김선진 산문집 『소리치는 나무』(도서출판 소소리)는 287페이지 양장본으로 꾸며져 있다. 시인의 긴 인생 여정을 되돌아보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시점에서 출간된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는 작가의 진정성이 엿보이는 너그럽고 따뜻한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김선진 산문집 '소리치는 나무'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을 바라만 보아도, 숲속을 거닐기만 해도, 심호흡하며 무엇이든 너그럽게 품어줄 수 있는 파란 심성의 넉넉한 나무인데 왜 사람은 나무를 닮아갈 순 없을까? 몇백, 몇천 년 수령으로 살지도 못하고 한 곳에 뿌리를 잘 내리지도 못할까? 한 번 가면 겨우내 잠든 물관을 깨워 봄과 함께 다시 살아나는 여린 잎사귀는 될 순 없을까?”

이처럼 그의 작품에서 인간은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오만과 집착에 얽매인 현시대의 부조리적인 삶의 방식에서 모두가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자 또한 자연을 향하여 귀 기울이고 자연을 닮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꾸밈없이 일상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어 독자들로부터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다.

(책 속에 수록된 저자의 시)

적막에 들다

적막이 적막 속으로 파고 든다
적막의 껍질을 깨고 들어선 적막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무는 잎사귀마다
진초록 물을 그득하니 머금고
가끔 기침을 한다
그때마다 적막이 잠시 흔들렸다
길섶 마타리, 산초, 달맞이꽃, 개망초
좁쌀풀, 달개비, 갈퀴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랑나비가 길을 터주는
이천 양돈 연수원 팔월의 오솔길
가끔씩 내뱉는 내 숨결에
적막이 화들짝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린다
발자국 소리만
내 뒤를 자꾸만 따라 온다

▲ 김선진 시인

<약력>

경남 양산 신평에서 태어남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월간 '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989년)
한국현대시인상, 이화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국제펜 한국본부 위원장, 여성작가위원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문학의 집․서울, 가톨릭문인회 회원
시집: '끈끈한 손잡이로 묶어주는 고리는' '촛농의 두께만큼'
'숲이 만난 세상' '마음은 손바닥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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