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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김미향, 알레르기

  • 기사입력 2019.04.26 11:01
  • 기자명 김미향

알레르기

김 미 향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아침 예보
오늘 외출을 삼가하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다
몸이 스멀거리고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이
면역력 약한 나에게도 찾아왔다

너에게 흘러가 만개하지 못했다
이물감이 스며들 때 왈칵왈칵 뱉어내며
물들 수 없었다
내가 가진 색을 버리기가 힘들었다
너를 만난 후부터 눈이 가렵고 물집이 잡힌다
손톱이 지나가는 자리에 피는 붉은 꽃
밤이면 미치도록 곰보 핀 달의 얼굴을 긁는다
각질이 되어 떨어지는 결벽증
준비도 하기도 전에 쏟아진 거친 언어들로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재채기를 한다

옻의 습진처럼
너를 생각하면 온몸에 열꽃이 핀다

김기덕 시인의 시해설/미세먼지로 외출이 두려운 시대가 되었다. 마스크는 필수이고,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잊고 살았던 공기의 소중함을 절감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미세먼지와의 관계가 우리 삶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서로 원활한 관계를 맺으며 조화와 상생을 꾀하기도 하지만, 부적절한 관계로 마찰하며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알레르기는 어떤 외래성 물질과 접한 생체가 그 물질에 대한 정상과는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다른 물질과의 만남 속에는 크든 작든 알레르기적 반응은 존재한다. 단지 상대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받아들이며, 서로 동화될 수 있느냐에 따라 공존할 수 있다. 강한 자아와 이기적 사고, 배타적 정서로 인해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김미향 시인은 ‘너’를 대상으로 하여 관계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사랑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삶의 현실 속으로 불쑥 찾아드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나의 삶이 주변에 또 다른 공해가 되고 있지 않는지 자신을 살펴야 하고, 해로운 대상에 대한 적절한 방어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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