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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통한 경영권 승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학영 의원·민변·참여연대,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 토론회 개최

  • 기사입력 2019.09.17 22:02
  • 기자명 은동기
▲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7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학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공동으로 17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의 오래된 악습이며, 청산되어야 할 과제이다. 재벌들은 교묘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차기 승계자의 지분이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이러한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설립 시 수십억원에 불과했던 기업을 수조원의 ‘공룡’으로 키워 승계에 십분 활용함으로써 일감몰아주기가 부의 불법적인 대물림 통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재벌이 독점에 따른 부당한 이익을 보는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바늘과 실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불공정하도급’도 하청기업에 돌아가야 할 정당한 이익을 재벌이 부당하게 독점하게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왔다.

재벌의 저승사자라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일감몰아주기’와 ‘불공정하도급’ 문제의 본격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들 두 사안은 재벌개혁의 양대 축”으로 인식되어 왔다. 4대그룹 가운데 삼성과 SK를 대상으로 지목하고 제재의 본격화를 예고했던 김 전 공정위원장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뤘을까.

아직도 이러한 재벌 대기업들의 행태가 여전한 듯, 더불어민주당과 민변, 참여연대가 재벌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과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화그룹, 태영그룹, 호반건설그룹 등 재벌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각종 사익편취 사례를 소개하여 사익편취의 주요 목적인 편법적 경영권 승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을 논의 및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한화그룹 사례>

최태돈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부지회장은 에이치솔루션(舊 한화S&C)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태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화그룹 3세가 지분 전량을 넘겨받은 직후인 2005년 매출액이 1,225억 원에 불과했던 구 한화S&C가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2017년 매출액 9,270억 원대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액배당 및 매출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개선 압박을 본격화한 직후인 2017년 말 구 한화S&C는 시스템통합(SI)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상장 계열회사인 한화시스템과 합병한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에게 SI부문을 양도하였으며,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는 등 복잡한 분할·합병 과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난다.

최태돈 부지회장은 이와 같은 합병 과정에서 자본금 및 매출액이 구 한화S&C의 3배 가까이 달하던 한화시스템이 구 한화S&C과 유사한 가치로 평가되었고, 이를 통해 한화그룹 3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은 이익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총수 3세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한화대신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 혹은 한화시스템 등의 상장을 통한 에이치솔루션의 현금자산 확보 방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돈 부지회장은 사례발표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및 고액배당, 비상장계열사와의 지분 교환 등을 통해 총수일가의 무자본 편법 승계를 가능하게 하는 현행 법제도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SBS·태영그룹 사례>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SBS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SBS미디어홀딩스의 지배주주 태영건설 지분 38.5%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으로, 200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BS 콘텐츠 유통수익 중 상당액이 지주회사 산하 계열사로 빠져나가 태영건설에 지속적인 배당 수익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익 터널링’은 윤세영 태영건설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부인 명의의 ‘뮤진트리’가 SBS콘텐츠허브와의 독점 수의계약을 통해 지속적 용역 매출을 보장받아온 것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실제로는 SBS가 지주회사 산하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자문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SBS를 포함한 계열사들은 SBS미디어홀딩스에 매년 경영자문료를 지급해왔다.

윤창현 본부장은 윤석민 회장 지분이 99.99%인 태영매니지먼트가 1996년부터 태영건설 및 SBS 등 계열사의 건물 관리·청소 용역을 높은 가격에 독점해 왔으며, 2013년 SK그룹 3세 최영근 씨가 최대주주인 용역기업 후니드(합병 후 ‘후니드’)와의 합병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을 희석시켜 관련 공정거래법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석민 회장 및 최영근 씨 등의 후니드 지분이 베이스에이치디 및 에스앤아이로 위장 양도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 곳곳의 병폐를 감시 및 비판할 책임이 있는 민영방송의 최대주주가 오히려 방송사를 이용해 일감몰아주기를 자행하고, 시청자 복리 및 방송 콘텐츠 향상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사적으로 편취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반건설그룹 사례>

장형우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호반건설의 2019. 6. 기존 포스코 보유 서울신문 지분 19.4% 매입을 서울신문 경영권 획득을 위한 적대적 M&A 시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건설자본이 최초로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형우 지부장은 이를 통해 대주주인 건설사가 지역 신문 및 민영방송의 언론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기존 사례가 되풀이될 것이 염려되며, 한국 재벌기업의 특성상 호반건설의 언론사 경영 자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3년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된 호반그룹 계열사 비오토의 최대주주는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부회장으로, 비오토는 2013년 호반씨엠, 에이치비자산관리, 2018년 스카이건설 등을 지속적으로 흡수합병한 후 ㈜호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호반의 내부거래비중은 2007년 45.2%에서 2012년 96.1%로 급상승했으며, 2013년 호반씨엠 등의 흡수합병 이후 2014년 8.5%로 잠시 감소했으나 2015년부터 3~40%를 유지했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2007년 매출액 170억 원, 당기순이익 223억 원이었던 ㈜호반은 2017년 매출액 1조 6,033억 원, 당기순이익 6,165억 원으로 급성장했으며, 2018년 초 호반건설로의 흡수합병 이후 ㈜호반의 최대주주 김대헌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회사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54.7%)로 등극한다. 이렇듯 일감몰아주기, 흡수합병, 계열사 출자 등을 통해 재벌총수 자녀가 소유한 종자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출자구조를 종자기업 중심으로 재편하여 경영권을 승계하는 행태는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 등 다른 자녀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장형우 지부장은 현재 공정거래법 상 사익편취 규제는 일정 규모 이상 재벌에게만 적용되고, 직접지분율만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법원에서의 ‘부당성’ 입증이 어려워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현행법 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핵심

<일감몰아주기 및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통제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 모색> 주제로 발제를 맡은 금속노조법률원 노종화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는 ‘새로 창출된 부가가치의 이전이 아닌, 공정한 경쟁 및 거래 시 회사 또는 다른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지배주주가 편취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현실에서는 지배주주로의 직접적 부의 이전 대신 ‘지배주주 소유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가 거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사익편취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이렇게 중간단계를 만들면 사익편취 행위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게 보여 규제 회피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사실상의 핵심으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직적 내부거래를 통한 대기업집단 전체의 효율성 달성 효과가 승계를 위한 편법적 사익편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거래 제한(제398조) 및 회사기회유용 제한(제397조의2) 등 상법상 사익편취 규제 규정이 존재하나, ▲자기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중간단계 지분율 상한(50%)이 지나치게 높고, ▲지배주주가 아닌 ‘이사’의 회사기회유용 행위만을 규율하고 있으며, ▲재벌대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 규율 조항(제382조의3)의 실효성 또한 낮다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대표적 사익편취 규제 조항인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가 적용되는 회사의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비상장회사 20%, 상장회사 30%로 한정되어 있고, ▲총수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대상에 대한 사익편취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공정위에게 특수 관계인에게 돌아간 이익의 ‘부당성’의 입증을 요구하고 있는 최근 판례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그러면서 현재 법제상 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법 상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자기거래·회사기회유용 규정 강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설회사 주식 배정금지, ▲부의 이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주식교환 방식 유상증자의 엄격한 제한, ▲비지배주주의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MOM) 도입,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 완화를,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선정 기준 완화·확대와 간접지분율 기준 규제 방식으로의 변경, 규제 대상에 국외 계열회사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 포함,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한’ 표현 삭제 등 ▲사익편취행위 제한 규정의 강화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취업제한 강화 등을 입법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이봉의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강지원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총수일가 사익편취 실태 및 편법적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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