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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산업개발, 발전위탁업체 협의회에 협박성 공문…“발전사 직접고용 땐 손해배상·형사 소송”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도 동원...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훼방 논란

  • 기사입력 2019.10.09 11:26
  • 기자명 김석종 기자
▲  한전산업개발 본사

한전산업개발이 화력발전소 하청업체가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발전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 중인 ‘노·사·전문가 협의회’ 위원들에게 직접고용 정책을 추진할 경우 손해배상과 형사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공문(사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전산업개발은 지난달 24일 사장 명의로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발전5사 통합 노·사·전문가 협의회’ 위원 30여명 모두에게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추진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문건을 우편으로 보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업무 외주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은 1990년 한국전력공사의 100% 자회사로 출발해 2003년 정부 정책에 따라 민영화됐다. 현재 자유총연맹이 지분 31%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한전산업개발은 공문에서 “행정부의 내부지침으로 (직접고용 방안을) 추진할 경우,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가치 급락에 따른 주주의 소송, 외국인 주주의 차별 문제, 소액주주의 민원, 간접인력의 실업 등으로 민원 및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될 것이며, 이러한 결의를 한 협의체 위원에게도 손해배상과 형사상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이 문건에는 김앤장의 20쪽짜리 법률검토서가 첨부됐다. 한전산업개발은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발전산업 정규직화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들과 정부 부처 담당자들에게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업체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을 토대로 비정규직 직접고용 방안 등을 논의 중인 협의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암시하며 제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정부가 간접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정책 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인력 유인·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해산한 김용균 특조위는 한전산업개발이 도급계약상의 직접노무비 중 절반만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착복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조위는 한전산업개발을 비롯해 발전소 운전 업무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발전사가 직접고용할 것을 권고했다. 2017년 7월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국민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고용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발전소 운전 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므로 직접고용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표적인 ‘위험의 외주화’ 사례인 발전사에 ‘가이드라인’ 적용 속도를 내지 않자 하청업체가 협박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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