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탄핵정국에 경합주 잃고 텃밭 망신…트럼프, 재선가도 '빨간불'

선거전날 유세한 켄터키서 불의의 일격…블룸버그 "가장 위태로운 상황"…

  • 기사입력 2019.11.07 07:02
  • 기자명 김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4개 주(州) 지방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텃밭에서 '망신'을 당하고 경합주에서 참패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선 후보 선출에 속도를 내는 민주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심 이반을 확인했다며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고리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도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는 전체 50개 주 중 4개 주에서만 실시된 '미니 지방선거'였지만 내년 11월 3일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엿볼 '대선 풍향계'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거 현장을 찾아 유세에 나섰고, 민주당 역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대선 주자들이 접전지를 돌며 지원을 호소하는 총력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정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승리가 예상된 켄터키 주지사 선거 결과다. 6일 현재 집계 결과 민주당 앤디 베셔 후보가 49.2%를 득표해 공화당 매트 베빈 현 주지사(48.8%)를 접전 끝에 따돌린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 미국 민주당의 켄터키 주지사 선거 후보인 앤디 베셔(오른쪽) 주 법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베셔 장관은 이날 치러진 켄터키 주지사 선거 개표 결과 공화당 소속인 매트 베빈 현 주지사를 근소하게 앞섰다.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 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변으로 평가된다.    

 

켄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30%포인트의 큰 격차로 이긴 곳이자, 이번에도 선거 전날 저녁 직접 유세에 나서 '민주당 심판'을 외친 곳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부분이다.

 

다만 근소한 표 차에다 베빈 주지사가 승복하지 않아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무난한 승리를 기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선 '안방'을 내주는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어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경합주인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며 큰 관심을 받은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이 주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민주당이 이곳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뉴저지 하원 선거와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는 당초 예상대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같은 결과는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민주당의 탄핵 조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재선 채비로 들어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자 조사의 신빙성 자체를 문제 삼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 선거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냉랭한 민심을 확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켄터키와 버지니아 교외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남부 주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 신호를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재선을 요청하기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위태로운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라고 단정하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버지니아는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부지역 주 중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준 곳이었다.

 

특히 켄터키 주지사 선거의 공화당 베빈 후보는 전국 주지사 중 인기가 최하위권일 정도로 애초부터 후보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켄터키 선거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이 베빈 후보를 거부한 것이지, 공화당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간선거나 대선처럼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매우 낮다는 점도 정확한 민심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농촌 지역의 보수층은 전국적인 탄핵 정국 때문에 많은 수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선거일에 활력을 띠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써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공화당에서도 후보가 문제였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켄터키 선거 결과에 대해 "베빈 후보는 지난 며칠간 최소 15포인트를 끌어올렸지만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이라며 "가짜 뉴스는 트럼프를 탓할 것"이라고 적었다.

 

오는 16일 예정된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주의회 선거도 관심사다. 주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 존 벨 에드워드 주지사와 사업가 출신인 공화당 에디 리스폰 후보가 맞붙는다.

 

남부 주에 속하는 루이지애나는 전통적인 공화당 안방으로 통했지만 2015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파란색 깃발을 꽂는 이변을 일으킨 곳이어서 이번 선거와 맞물려 귀추가 주목되는 곳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