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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인 ‘문희상 안’ 추진 중단하라”

소위 ‘문희상 안’에 대한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 기사입력 2019.11.28 21:52
  • 기자명 은동기 기자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정부가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장함으로써 가까스로 한미일 관계가 파국을 면한 가운데, 일제에 의한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소위 ‘문희상 안’이 대두되면서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100여개 시민단체들은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를 규탄했다.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및 민변,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등 100여개 단체들은 27일 오후 2시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 의한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으로 소위 ‘문희상 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인 강제동원 입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으로 소위 ‘문희상 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이 ‘안’은 여러 가지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들의 책임을 면제시켜줌으로써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취지를 부정하고 있으며, 화해치유재단 기금까지 포함시킴으로써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의 의미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안’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과가 교묘하고 적나라하게 빠져 있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및 후지코시에 대한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문희상 안’의 문제점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한 고통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이 법적, 역사적 책임에 의해 기금을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3천억의 성금을 모아 1년 반 동안 1500여명으로 추산되는 피해자들에게 2억원 씩 나눠주며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한일 간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임재성 변호사   

임 변호사는 과거에도 가해자의 역사를 청산하기보다 피해자들을 청산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며, “피해자들이 소송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가해자들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문희상 안’에는 가해자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과가 교묘하고 적나라하게 빠져 있다. 도대체 일본 기업이 왜 출연금을 내는지, 배상의 책임이 없는 기업들까지 왜 출연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안은 일본의 기업들이 출연은 하지만 절대로 한국 대법원 판결의 이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성격의 출연금을 교묘하게 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입법화되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정부는 한일 간의 갈등뿐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권리구제 및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는 일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희상 안’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거래·기망하려는 반인권적, 반역사적 행위”

정의기억연대 이사인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소위 ‘문희상 안’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참담하다”며 “가해자가 여전히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법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짓밟고 조롱하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온갖 협박으로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는 오늘, 한국의 국회의장이 나서 일본에 총체적 면죄부를 주려한다. 여기에 일본 언론이 군불을 때고 일본정부가 응답하자 한국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확답을 주려한다”고 비난했다.   

▲ 이나영 중앙대 교수   

이어 소위 문희상 안의 핵심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양국 국민이 성금을 모아 대일 과거사 피해자를 위한 민간 기금을 만드는 것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 대일 과거사 문제를 근원적으로, 일괄적으로, 실질적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라며 “한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일본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결이 다른 모든 과거 사안을 묶어 돈으로 해결하고, 한국법률로 이를 못 박아 가해자들에게 영원한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청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문희상 안은 기금운영의 주체로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상정한다. 이름은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을 떠오르게 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이다.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은 가해자인 독일정부와 독일기업의 돈을 모아 기금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나 문희상 안은 ‘기억인권재단’은 한국과 일본기업의 돈과 양국 민간의 돈을 모아 운영경비는 한국정부가 제공한다. 불법성의 책임이 없는 한국기업과 한국시민까지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화해치유재단의 잔여금 60억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일본정부도 돈을 내는 것 아니냐’ 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반역사적 구상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로써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은 사라져 버린다”고 지적하고 “왜 가해국인 일본정부가 고민하고 요청해야 할 될 사안을 한국 국회가 적극적으로 구걸한단 말인가”라고 정부의 구상을 질타했다.    

이 교수는 또 “‘문희상 안’은 외교와 정치란 미명하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거래하고 기망하고 영구히 입을 틀어막는 반인권적, 반역사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탈식민주의와 반전평화를 외치며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성찰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한국 시민들이 그동안 구축한 진실과 정의에 구멍을 내며 침몰시키려는 작태를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하고 ‘문희상 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일본의 언론매체를 비롯한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과 피해자들이 절실하게 주장해온 요구는 ‘진실, 정의, 피해회복(배상), 재발방지’였다면서 “그러나 ‘문희상 안’에는 이런 기본 전제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문희상 안’이 재원을 ‘양국 기업과 민간의 기부금’으로 하고 있어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으며, 이 기금에 회해치유재단의 잔여금 60억원을 포함시키고,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정희의 1965년 청구권협정, 박근혜의 2015년 일본군‘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았는지 잊었느냐”며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가해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않고, 사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문제 전체를 해결한다는데 대해 문 의장의 역사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이상 피해자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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