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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참사 32주기 추모제, 가족들 진실 규명에 큰 기대
외교문서 등 통해 참사 진실 규명에 한걸음 다가가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9/11/30 [11:39]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KAL858기 참사 32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1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KAL858기 참사 32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1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의 추모식은 KAL858기와 세월호 등 국가권력에 의한 사회적 참사를 겪은 후 국가가 마땅히 취했어야 할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에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했는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되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진행을 맡은 한국진보연대 이종문 대외협력위원장은 “3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그 시간이 그대로 멈춰있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문다고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긴 세월동안 깊은 아픔으로 가슴 속에 멍울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함부로 ‘세월’을 말할 수 없다”면서 32년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KAL858기 참사로 인한 희생자 가족들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일을 보름여 앞둔 11월 29일,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우고 페르시아 만의 도시 아부다비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는 그날 오후 2시 쯤(한국 시각) 미얀마 남방의 안다만해 상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에 의한 공중 폭파 테러로 결론 짓고 김현희가 폭파범으로 지목되어 1990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김현희는 얼마 후,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다른 사건도 아닌, 소중한 115명의 인명을 앗아간 범인을 ‘특별 사면’으로 풀어준 것이다.

 

미얀마 안다만 해(Andaman Sea). KAL858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추정되는 35미터 정도의 얕은 수심이지만, 참사 32년 동안 대한민국 어느 정부도 유해나 잔해를 수색하지 않았다. 얼마 전 그 잔해가 일부 발견 되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32년 전, KAL858기 참사 2개월 후  노태우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KAL858기의 폭파범으로 지목된 범인 김현희가 버젓이 참석했고  안기부에서는 노태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김현희는 특별사면으로 영웅이 됐고 국민들은 의아해 했으나 그 것으로 KAL858기 참사는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대부분의 국민들과는 무관한 ‘그저 남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30년 동안 외교부에 갇혀 있던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KAL858기 참사의 진실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범인 김현희와  안기부의 밀착관계가 드러나고  대법원도 당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KAL858기 참사와 관련된 진실의 문이 차츰 열리고 있다. 언론들도 전과는 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상황에 영향을 받아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의 추모제가 단순한 추모제를 넘어 안다만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KAL858기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단 한명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진실은 밝혀질 것”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 김호순 회장은 인사말에서 “참사 당시 아무도 희생자 가족들을 찾아 주지 않았고 협조해 주는 언론도 없었으며, 오직 안기부의 발표만 보고 그대로 믿었다”면서 참사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등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 김호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나중에 당시 안기부의 발표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후 수차례에 걸쳐 참사에 대한 확인을 요청해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우니 여러 단체들이 힘을 보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는 천주교 예수회 김정대 신부는 “우연히 희생자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고통스런 삶이 1987년 11월 29일에 멈춰있다는 느낌을 받고 희생자 가족들을 그 고통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싶었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바닷물 속 어딘가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던 희생자들의 몸이 가족들의 몸에 내재되어 그 시간에 멈춰져 있다”고 말했다.

 

▲ 천주교 예수회 김정대 신부    

 

김 신부는 이어 “국가의 무관심을 넘어 사악함을 본다.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최근 안기부의 ‘무지개 공작’ 관련해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승소하고 언론사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등 외부환경도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어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 협의회’의 전 집행위원장인 고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는 “딸을 잃은 지 겨우 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 5년이 매일같이 자식을 따라가고 싶고, 죽고 싶기도 하다가도 ‘내가 이렇게 가면 안 되지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들을 벌주고 따라가야지’하며 지내 왔는데 아들과 남편, 가족을 떠나보내고 32년 동안 제대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살아오셨을 것을 생각하면 제가 감히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경근 전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            

 

유 씨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찾아내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드러나고, 그 범인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아내고 범인을 찾아 벌을 주면 KAL858사건의 진실도 밝혀내고 범인을 찾아 벌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들어 아마 KAL858기 사건의 가족들이 ‘30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는 식의 많은 댓글을 볼 것이지만 무시하면 된다.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당시의 안기부 공작팀일 것이다. 저도 여러분도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피해자들이 단 한명이라도 이 진실을 찾기 위한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겠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먼저 떠난 우리의 가족, 자녀, 아버지들이 반드시 우리를 도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들

 

격려사에서 민변 통일위원장 채희준 변호사는 “KAL858기 사건에서 나는 단 한 가지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면서 “그 한 가지는 김현희가 이 사건에서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이 사건은 김현희의 말로 시작해 그의 말로 끝났다. 김현희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말했고 실제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말했다. 만약 그가  알고 있는 사실만큼만 말하고 행동했던 것 만큼만 말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역시 오늘도 그는 이 자리에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올해 KAL858기 사건과 관련해 작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치야 마유미’라는 한 여성이 잡히자마자 바로 안기부는 ‘무지개 공작’ 문건을 만들었다. 이 사건을 북한 공작원에 의한 폭파로 단정하고 얼마 남지 않은 13대 대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는 내용이다.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의 KAL858기 참사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올해 대법원까지 간 끝에 모든 내용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으며, 외교부가 30년 동안 기밀문서로 묶여있던 많은 분량의 서류들을 공개했는데 사건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배후>라는 소설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쫓고 있는 서현우 작가가 기밀이 해제된 외교부 문건에서 이 사건만을 추려 정리.분석 중에 있다.

 

또한 참사 희생자들의 간절한 진실규명 요구에 대구 MBC도 동참, 11월 27일부터 29일 까지 3일 동안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이 사건을 취재, 방송함으로써 이 사건이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사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MBC KAL858기 참사 특별기획 보기>

    
“피해자 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이방인이었고, 유령가족들이었다”

 

▲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회는  임옥순 부회장이 낭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KAL858기 사건은 사고가 아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5.18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7년이 지나 퇴임 후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 노태우 군사정권으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기획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우리 가족들도 알고 그들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 KAL858기 희생자 가족회 임옥순 부회장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어 “군부세력은 사건의 진실 규명이랍시고 사고가 나자마자 3일 만에 범임을 알아내고 북한의 테러라고 단정 한 후, 온갖 거짓 정보들을 확인 없이 언론에 쏟아 내면서 실종된 비행기는 처음부터 아예 찾으려하지도 않았음이 이미 세상에 밝혀졌다”면서 “우리 가족들은 이 황당한 사건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사고 당사자인 대한항공조차 실종기를 찾으려 하지도 않은데 대해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우리 피해자 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이방인이었고, 유령가족들이었다. 이 사건은 잊혀진 사건이 아니라 군사정권과 언론, 그리고 국민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한 사건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가족들의 투쟁은 전두환으로 이어온 역대 정권에서 감히 진실 규명은커녕 기대조차 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피해자인 가족들은 죄인처럼 숨죽이고 진상규명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고 지난날의 고통을 회상했다.

 

임 부회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했고 기대도 했으나 수구세력들의 끈질긴 방해로 좌절되어 실망으로 끝났지만 우리 가족들은 죽을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의와 공정과 평등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먼저  조속한 시일 내 안다만 해역에 32년 동안 묻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한편,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없어 수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 수색을 반대해 온  KAL858기 가족회는 그들의 동의 없이 일부에서 가족회를 배제한 채 소규모의 영세 잠수회사와 결탁해 자칭 ‘민간 수색단’을 만들고 KAL858기 가족을 내세워 국민모금운동을 한다는데 대해 “우리 가족회는 공식적으로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우리 가족회가 반대하는 모금운동 하는 것은 우리를 능멸하는 일이며 우리 가족들을 더욱 괴롭고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니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가족회는 “32년 동안의 긴 세월을 참담해 하고, 억울해 하고, 분노하고, 답답해 했던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면서 파인 김동환의 시 ‘손톱으로 새긴 노래’를 낭독하며 추모제의 슬픔을 달랬다.        
 
<손톱으로 새긴 노래>

 

벽은 말할 줄 모르고
나는 할 말을 못하고
종일 두 벙어리 마주 앉으니
죽었음인가 살았음인가

땅도 하늘도 이렇게 말없이 있다가
번개도 치고 소낙비도 내리우네
때만 오면 때만 오면 하고 나도 주저앉아
주먹을 폈다쥐였다 폈다쥐였다

.....

 

▲ 희생자 가족들이 기념촬영으로 마음을 한데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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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30 [11:39]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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