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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노동자들,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훼손하는 정부 규탄

“2003년 이후 16년 동안 실질적인 계도기간이었는데 또 기다려 달라?”

  • 기사입력 2019.12.10 15:05
  • 기자명 은동기 기자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정부가 지난 11월 18일,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시행 준비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을 추가적으로 부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방송, 노동계 및 피해자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27개 방송, 노동, 법조, 언론, 의학계 시민단체들은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이상 300인 미민 중소 사업장에 대해 주 52시간제 상한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을 규탄했다.           © 은동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민변 노동위원회, 전국언론노조, 방송스태프 지부 등 27개 방송·노동·법조·언론·의학계 시민단체들은 9일 오전 10시 2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정부를 규탄했다. 

30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대기업은 이미 지난해 7월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에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게 되고,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갖추게 된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 김동현 변호사는 “외주제작사 대부분이 50~300인 규모이고 제작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쪽의 노동시간이 유예되면 결국 다른 곳에도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최민 한국노동ㄷ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의사)    © 은동기

의사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정부를 향해 “경영상 위기만 재난이고 장시간 노동으로 죽고 쓰러지는 것은 재난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주 40시간 노동제는 2003년에 도입 후, 16년 동안이 실질적인 계도기간이었던 셈인데 더 이상 얼마나 긴 계도기간이 필요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8시간만 일한 사람보다 안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50% 증가하고 12시간 넘게 일한 사람은 이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내가 의사라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는 극히 상식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 단체들이  방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귀기울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은동기

 잠자지 않고, 103시간을 연속으로 일한 방송노동자

주 136시간 동안 극심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는 방송 노동자 황수연씨도 정부의 방침을 성토했다. 그는 드라마 DI 및 후반작업 영역 과정에서 각성제 에너지드링크 9캔과 커피 4잔이 책상에 놓인 사진을 들고 나와 공개하면서 “이 작업을 할 때, 잠자지 않고, 103시간 정도 연속으로 일했다. 졸지 않으려고 일부러 의자에 무릎을 꿇고 일했는가 하면, 이후 집에서 자다가 몸에 이상 징후가 있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 잠자지 않고 100여 시간을 연속 일한 적이 있다는 방송노동자 황수연씨가 방송노동자들의 열학한 노동환경을 토로하고 있다.    © 은동기

그는 “내가 살아남은 것도 운이 좋아서”라며 “만약 정부가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많은 노동자들이 나와 같은 경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7개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유예를 즉각 철회하라’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기업 친화적인 근로시간 단속 유예 조치로 방송 노동은 특례업종에서 해제되었어도 여전히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노동환경에 놓이게 되었다며 300인 이상 방송 노동 사업장부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올해 7월 이후에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미디어신문고에 두 차례의 초과 노동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 외에도 CJ ENM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는 8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주 72시간 촬영을 강행했고, MBC 드라마 <나쁜 사랑> 역시 11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주 75시간 촬영을 이어나갔던 사례를 들어 정부가 방송, 노동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했는데도 이를 대놓고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노동 환경마저도 바꾸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이미 많은 방송 노동자들이 상처를 입었다”며 “정부가 방송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 대신 머뭇거리기에 바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제 훼손 시도는 여전히 병들고 다치는 많은 방송 노동자들의 마음을 위하기보다 날카로운 쐐기를 꽂았다”고 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유예한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정부의 주52시간 노동제 적용 유예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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