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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탁소집 딸 추미애 장관에게 기대하는 검찰개혁

  • 기사입력 2020.01.03 15:07
  • 기자명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출근날인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지 이틀 만에, 그것도 공식 근무시간 전인 아침 7시에 이뤄진 그야말로 '속전속결' 인사다. 숨 가쁠 정도의 인상을 준 이러한 추 장관 임명 모습에 문재인 대통령의 ‘고강도 검찰 개혁’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법무 수장을 맡은 추 장관은 신속하고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바라는 법무·검찰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되돌아보고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며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개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화두다. 서초동의 촛불뿐 만 아니라 광화문의 태극기 세력들도 원한다.

  

우리 검찰은 그동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 왔다. 검찰권을 올바로 행사해 왔다기보다는 죄진 자를 벌하는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물론, 죄가 있더라도 눈감아 주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죄를 만들어 덮어씌우는 그야말로 ‘범죄보다 더 나쁜 수사와 공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등의 기괴하고 천박한 논리로 권력에 아부하고 동거해온 조직이기도 하다. 추 장관은 검찰의 이러한 명암을 유념해 속도감 있게 검찰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찬.반을 떠나 공수처법 통과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지속해 온 검찰의 기소독점이 깨진 상황에서 수직적인 검·경 관계를 상호협력 체제로 바꾸는 수사권조정 법안까지 통과돼야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한 기초 입법이 일단락되는데 이 입법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추 신임 장관이 당면한 최우선 업무다.

 

추 장관에게는 이러한 기대와 함께 모든 법무행정의 기준을 청와대나 집권당이 아니라 헌법 체계와 국민의 권익에 둘 것을 당부한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수처법 위헌 논란과 악용 우려 등과 관련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 소지를 없애 나가야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시행령 등을 통해서라도 보완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법무장관은 검찰을 합법적으로 통제할 수단으로 인사권과 감찰권을 갖고 있지만 이들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신중함을 잃어선 안 된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을 겁내라는 것이 아니다. 추 장관이 그러한 것을 겁낼 인물도 아니지 않는가?

 

아직 검찰 인사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암암리에 준비 작업이 진행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빙자해 검찰을 장악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유재수 감찰 무마’ 등 현 정권 핵심을 겨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을 조만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주문대로 검찰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신임 법무부 장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민주적 통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조국 전 민정수석과 박상기 전 법무장관 때 만들어진 현행 ‘검찰 인사 규정’이 지방검찰청 차장검사와 부장검사의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정해 놓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편법인사를 하다간 자칫 자충수가 될 위험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수사 결과를 보면 청와대가 권력 비리의 온상이라는 여러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은 청와대 하수인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울 것인가(Fiat Justitia Ruat Caelum)? 추 장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은 서민과 힘없는 자의 형편을 잘 아는 세탁소집 둘째 딸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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