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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2019년 아태지역 인권 현황 연례보고서 발표

한국,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판결에도 인권 개선 위한 정부 노력 확인 못해

  • 기사입력 2020.01.30 16:42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30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9년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을 발표하고, “2019년은 탄압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이 빛난 한 해였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가 30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9년 아시아 태평양 인권현황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번 연례보고서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25개 국가 및 영토의 2019년 인권 현황이 담겨있다.

한국 인권상황, 주요 인권 의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만 달려있어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 “중요한 인권 의제의 향방이 모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만 달려있는 수동적인 상황”이라며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에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으며, 2018년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권임을 천명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LGBTI(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인터섹스)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인 군형법 제92조의6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사형제도 역시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에서 존폐를 다루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 판결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과정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 국네앰네스티

하지만, 2018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정부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36개월 동안 교도소 단일 복무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제인권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인권침해의 우려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지난해 한국은 몇몇의 인권 진전을 이루는 판결과 기후변화 아젠다를 들고 나온 청소년들이 돋보였지만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국회와 정부는 LGBTI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묵묵부답하는 등 인권 책임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지적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만으로는 실질적인 인권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인권 증진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 여전히 심각한 인권 탄압 지속,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거부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북한 정부가 중국, 미국, 한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포함하여 핵 협상을 이어갔으나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인권이 협상 아젠다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평양 거리의 한 장면  © 국제앰네스티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북한에서의 인권 실현이 비핵화의 필요성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권 대화로 끌어들이는데 더욱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969년 북한에 의해 납치된 KAL기 사건과 관련, 납치 이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황원 씨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을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강제 실종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북한 정부가 이동의 자유를 계속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면서, 탈북인 강제송환 문제와 납치 피해자 강제실종 문제에 주목했다. 특히 지난 11월 한국정부가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한데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가 국제인권기준에 기초하여 송환된 두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의 생사와 행방을 공개해야 하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강제송환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아태 지역, 정부에 의한 탄압 격화됐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도 증가해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의 인권 탄압이 격화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힘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신장자치구에서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들과 무슬림 소수민족을 여전히 탄압하고 강제 수감했고, 인도는 유일하게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의 특별 자치 지위를 박탈하고 소수민족을 ‘국가 안보’에 위협으로 치부하며 억압했다. 스리랑카에서는 부활절 폭탄 테러 이후 폭력적인 반무슬림 움직임이 촉발되는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소수민족은 비관용적인 국수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천안문 광장  ©국제앰네스티

그러나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홍콩 경찰의 폭력행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홍콩 시민들의 저항 끝에 철회되었고, 대만에서는 시민들의 지지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으며, 브루나이에서는 간통죄와 남성 간 성행위를 투석형으로 처벌하는 법이 철회되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사형 집행 재개를 막아냈고, 몰디브에서는 사상 최초로 두 명의 여성 대법원 판사가 임명되는 진전을 이뤘다.

니콜라스 베클란(Nicholas Bequelin)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은 “아시아에서 2019년은 탄압으로 가득한 해였으나 저항의 해이기도 했다”고 평가하고, “정부가 기본적인 자유를 송두리째 박탈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강력히 맞섰으며, 특히 청년들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억압했으나 그들의 목소리까지 묵살하지는 못했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에 모두가 함께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다”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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