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보호법은 ‘삼성 보호법’, 청년들은 안전한 일터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명권, 안전권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 촉구 기자회견

은동기 기자 | 기사입력 2020/02/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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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은 ‘삼성 보호법’, 청년들은 안전한 일터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명권, 안전권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 촉구 기자회견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20/02/11 [22:20]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에 참가하는 청년들이 11일(화) 오전 11시에 국회 앞에서,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청년들이 11일 국회 앞에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

 

지난해 8월 개정돼 시행에 들어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정보 비공개' 조항을 신설했으며, 국가핵심기술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기술 69개가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산업기술(신기술)을 포함한 정보를 유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반도체 전자 산업, 바이오, 건설, 조선, 화학산업 등 33개 분야, 3천여 개에 달하는 기술과 제품이 산업기술에 포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 청년들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삼성 보호법’이라 불릴 정도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빼앗는 법으로 규정하고, 21대 총선을 약 2달 앞둔 지금, 각 정당들에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촉구했다.

 

청년들은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외부에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했으며, 이는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 등을 요구하는 것조차 제한하여 노동자의 산업재해 증명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은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권 등이 유린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 은동기 기자

 

또한,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된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에 대해서도 묻고 따질 수 없도록 개정안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권과 알 권리는 처참히 유린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매년 산업재해로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현실 외면한 국회

 

첫 발언에 나선 20대 김수연씨는 “직업병에 걸리거나 중병에 걸렸을 때, 최소한 원인을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인해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고 부를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은 빠른 노동환경의 변화 속에서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청년 김수연씨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 은동기 기자

 

20대 청년 한승헌씨도 “‘국가 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안 제9조 2항은 직접적 당사자인 노동자와 해당 작업장 인근의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잠재적 피해나 악영향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정보라도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한 제14조 8항은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입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시정을 요구했다. 

 

청년 김대건 씨가 매년 산업재해로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들어 국회를 질타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

 

같은 또래 청년 김대건씨는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이 나라에서 자기 꿈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작업장을 지킨 청년들의 죽음을 국회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죽어가는 국민들이 있다”며 국회를 질타했다. 

 

청년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사건을 상기시키며, 삼성 반도체공장의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삼성에게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지속해왔지만,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반올림의 오랜 노력을 좌절시켰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가의 핵심기술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 개정안의 요지는 그동안 삼성이 산재처리를 거부하며 법정에서 주장한 논거와 상당 부분 닮아 있어 산업재해를 입증하는데 있어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관계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찢어진 우산을 쓰고 쏟아지는 유해물질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형상화하는 포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

 

그러면서 이 개정안이 가진 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동안, 아직도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컨베이어 밸트에 몸이 압착되고,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소중한 목숨을 잃는 등 산업재해에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18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무려 10만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들어 “산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모자랄 현실에서 오히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실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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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1 [22:20]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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