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 환송심 재판이 ‘노골적인 봐주기식’ 으로 흐르는 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의 지식인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30명의 발기인을 포함한 지식인 348명, 정당인 24명, 민주시민 111명 등 총 483명의 지식인들은 13일 오전 11시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483명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법원의 노골적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봐주기식 판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중 하나로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에서 86억원 상당의 횡령 및 뇌물죄 등으로 유죄 취지의 판결 확정 후,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서 형량을 결정하기 위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그룹에 준법감시조직을 신설하고 이것이 유효하게 작동할 경우 이 점을 양형에 참작할 의향을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미국 연방양형규정 제8장의 내용을 양형 참작의 논거로 제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정경유착 행위는 ‘비뚤어진 사리사욕 추구’의 전형
이들은 ‘이재용 파기환송심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촉구한다’ 제하의 <선언문>을 통해 회사의 경영자는 주주의 위임을 받아 회사 및 관련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회사의 경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경영권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할 뿐,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경유착 행위는 이런 우리 사회의 합의를 완전히 짓밟은 ‘비뚤어진 사리사욕 추구’의 전형이었다으며, 이미 대법원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부회장은 ‘승계’라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86억원이라는 막대한 회사 돈을 횡령하여 이를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했고, 이렇게 매수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따른 주식 매각 규모를 부당하게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서명자들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운영 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는 짓밟혔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주 사회의 가치는 더럽혀졌으며, 결코 매수되어서는 안 되는 공권력이 사리사욕 추구의 도구로 전락했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은 훼손되었고, 부당한 합병의 희생자가 된 구 삼성물산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는 심지어 재산상 손해까지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그동안의 재판 과정을 살핀 후, 최근 이재용 파기환송심에 대해 이것이 과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인지, 보다 근본적으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한 재판인지 아닌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이 부회장 봐주기 작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언문 서명자들은 이미 관련 제도가 있는데도 재판부가 앞장서서 뜬금없이 주문하는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피고인이 현저한 개전의 정을 보이고 있다’는 단 한 줄을 판결문에 포함시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물하기 위한 곡학아세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이것이 정녕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적 단죄까지 초래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죄인 중 한 사람에 대한 최종 재판인가”라고 따져 묻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온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데도 법과 양심을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재판부의 논리적 곡예가 가증스러울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식인들이 오늘의 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민주 시민 공동체의 질서와 시장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훼손하며, 국민에게 좌절감과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재벌총수에 대한 엄정한 책임추궁 없이는 새로운 사회, 나라다운 나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과 기업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83명의 지식인들은 유죄 확정 후 양형 단계에서 급조된 준법감시조직이 국정농단 사범의 감형 사유로 참작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물하기 위한 곡학아세의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할 것,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 재판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의 엄중함을 깊히 새겨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진행할 것,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진행상황과 문제점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여 진실 보도의 사명을 완수할 것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