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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알 낳으러 돌아오는 두꺼비의 길을 지켜라!

  • 기사입력 2020.03.16 12:37
  • 기자명 박수완 사단법인 광양만녹색연합 사무국장

긴 겨울이 가고 얼었던 땅이 녹으며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야생동물들이 생명을 잇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시기이기도 하다.

       

▲ 계절과 구간을 고려해 로드킬을 방지하는 표지판을 세웠다  

오래전 일이다. 비 오는 밤, 섬진강 인근 도로를 지나는데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스치듯 지나치는 무엇인가 있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확인해 보니, 산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도로 위에 있었다. 당시에는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알지 못했고 지나온 길을 가늠해보니 얼마나 많은 두꺼비들이 생명을 잃었을까 싶어 마음이 저렸다. 비 오는 날이면 답답한 마음은 더 커졌다. 그대로 두면 섬진강 인근 두꺼비들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몇 년을 보냈다.

섬진강의 첫 글자는 두꺼비 섬(蟾)

2006~2012년 국내 국립공원의 로드킬 조사 자료에 따르면 로드킬 당하는 동물 중 가장 많은 비율(56%)을 차지하는 것이 양서·파충류(이민지, 2016)이고, 포유류에 비해 양서류의 로드킬 수치가 해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었다. 수치로만 보면 양서류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세계적으로 양서류 개체군이 감소하고 있으며, 다른 동물군보다 빠르게 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양서류는 자연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자적 위치를 차지하는 분류군으로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서로를 꼭 껴안은 두꺼비 한 쌍을 구조했다. 

 

섬진강은 과거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울부짖어 왜구를 몰아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섬진강의 첫 글자는 두꺼비 섬(蟾)자로 섬진강은 두꺼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역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비가 오는 날이면 많은 두꺼비들이 이동을 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로드킬 때문이다. 두꺼비 로드킬은 수자원공사에서 1974년 수어댐을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수몰지역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게 되면서 두꺼비 서식지에 마을이 개발되었고 마을과 산란지(비평저수지) 사이에 도로가 생긴 것이다. 두꺼비는 해가 지나도 같은 산란장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연어의 모천회귀(parent-stream revolution) 본능과 유사하게 두꺼비도 자신이 태어난 산란지(논,저수지)를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해마다 많은 수의 성체두꺼비와 새끼두꺼비가 차에 깔려 죽어 이제는 그 수도 얼마 보이지 않는다.

지역주민과 함께 두꺼비 지키기

광양만 녹색연합은 2015년 3월 부터 섬진강 일대의 861번 지방도를 중심으로 51개의 소류지와 논습지를 찾아 두꺼비의 산란 유무와 로드킬 조사를 시작하였다. 중점 조사지점은 로드킬이 매우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진상면 비촌마을 비평저수지와 토지이용 변경으로 산란지 훼손이 심각한 다압면 면사무소 논 습지를 중심으로 잡았다.

첫 조사인 3월4일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60여 마리의 두꺼비 사체를 발견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섬진강 일대의 두꺼비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한 광양만 녹색연합은 다압초등학교 교사, 학생들과 함께 섬진강두꺼비생태학교를 운영하며 두꺼비 이동을 도왔다. 비오는 날엔 두꺼비 이동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남도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지자체에 서식지 보호, 생태통로 조성 등의 대책마련도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광양시와 환경부는 4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3개의 생태통로를 조성키로 했지만 재산권을 문제로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에 의해 간신히 한 개의 생태통로를 만드는 데 그쳤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1km의 구간에 단 하나의 생태통로만으로는 로드킬 개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두꺼비의 이동을 도운 섬진강두꺼비생태학교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되어 의미가 크다. 

우선적으로 전남도와 광양시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했다. 두꺼비의 개체군 수, 분포 현황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었기에, 2016년 전남대학교 동물행동연구팀과 함께 서식지 조사와 행동권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두 해에 걸쳐 서식지 복원 및 생태통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이동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들의 미용봉사를 위해 지역대학의 미용학과와 연계활동, 마을 환경 개선사업 등을 진행하며 유대감과 신뢰감을 쌓는 활동도 함께 했다.

생태통로가 조성된 2017년부터 두꺼비 지키기 활동의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가 생태통로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반영된 ‘섬진강두꺼비 생태마을 만들기 인식조사 결과보고서’를 광양시에 제출해 광양시의 야생동물의 서식지보호를 위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광양시는 2018년부터 두꺼비 이동을 돕는 인력을 배정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로드킬 개선을 위해 애썼다. 로드킬의 환경적 요인을 분석하여 산란이동이 시작되기 전에 주요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으로 2019년 로드킬 저감과 개체수 보호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지속되는 노력, 하지만 기후변화는…

우리는 운전자들에게 두꺼비들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해 가을, 러쉬 코리아의 ‘채러티 팟’ 기부금과 환경보전기금 공모 수익금으로 두꺼비 로드킬 주의안내 표지판을 제작하여 설치했다. 1km 구간 내에 특정 기간 비오는 날, 2-3월 두꺼비들의 산란과 서식이동, 5-6월 새끼두꺼비들이 도로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운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8개의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지역사회에 언론보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지난 해에는 산란이 시작되기 전, 마을 주민들과 녹색연합의 자연의 친구들, 광양시 환경과 직원들이 함께 우수로에 쌓인 퇴적물들을 제거했다. 두꺼비들이 도로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 로드킬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올해는 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로, 1월에 매화꽃이 피고 두꺼비들이 이르게 겨울잠에서 깨었다.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먼저 두꺼비 산란이 시작되어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로 1월24일 설 연휴부터 두꺼비들이 이동을 시작했고 18마리의 로드킬이 발생되었다. 현재까지 234마리의 로드킬이 확인되었다. 생명을 수치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 개채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암컷들을 보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암두꺼비가 품었던 알들은 부화되지 못한 채 터져나와 바닥을 물들였다.  

야생동물들을 위한 환경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와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습지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통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개발계획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서식지와 산란지 단절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며,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행정, 학계, 녹색연합과 같은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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