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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통보에 거센 비판..방위비 때문에 수천명 삶 볼모

'무대책'인 한국 정부도 책임...노조, 청와대앞에서 삭발

  • 기사입력 2020.03.25 20:01
  • 기자명 이윤태 기자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에게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통보한 것에 대해 동맹으로서 너무한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인 수천 명의 삶을 볼모로 방위비를 더 받아내려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 최응식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방위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날 무급휴직을 통보한 인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전체 근로자 9천여명 중 절반가량인 4천500∼5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에따라 미국이 작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가뜩이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퍼진 상황에서 무급휴직 사태까지 빚어지면 자칫 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대규모 무급휴직이 현실화하면 주한미군 운용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고 대북 대비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최초 50억 달러를 요구하다 40억 달러로 낮췄지만, 한국은 여전히 현실적이지 않는 터무니 없는 액수라는 판단이다. 한국은 10% 안팎의 상승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총액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한미간에 이견이 없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만 먼저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먼저 지급하든지,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방위비 예산으로 일단 쓰고 추후 협상이 타결되면 차액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인건비만 먼저 타결하면 본 협상이 지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에 굴복해 미국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없다.

      

이 소식통은 "무급휴직을 피하려고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달 내에 SMA가 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막판까지 가면 미국이 무급휴직 카드를 접으리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지금은 협상술의 일환으로 무급휴직을 밀어붙이지만, 결국엔 합리적인 선택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수천 명의 삶이 달려있는데 미국이 무급휴직 방침을 철회하기만 기대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25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더 이상 자신들을 방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최응식 한국인 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노무조항을 이유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저희들은 그동안 불법감원, 부당해고 등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지적하고 "방위비 협상 때마다 노동자들이 볼모가 되는 것을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우리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을 하면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고 단체행동 참여자는 해고되며, 강제무급 휴직 기간에 일을 하려 하면 기지 내에 소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미군 헌병대에 끌려가고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향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이 다시는 불법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단순한 방위비 액수만 협상할 것이 아니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미국과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최응식 위원장은 강제 무급휴직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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