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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 왔니' 일본 유래 의혹 벗었다…"위안부 연관 없어"

논란 1년 만에 교육부 정책연구로 결론…"노래 선율·가사 다르다"

  • 기사입력 2020.05.13 08:33
  • 기자명 차수연 기자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인신매매를 묘사한 노래가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던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교육부 정책연구 결과 일본에서 유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다른 전통놀이 상당수가 일본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학교 현장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민속학회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수주한 '초등 교과서 전래 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결과를 최근 교육부에 제출했다.

장장식 길문화연구소 소장 등 연구진은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위안부 인신매매를 묘사한 일본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5월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의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花一もんめ)'와 유사하며, '꽃 찾으러 왔단다' 등 가사에서 '꽃'이 위안부를 가리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가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시 식민지 조선 아동에게 의도적으로 노래를 유포했는데, 우리나라가 역사적 유래를 모른 채 이 노래를 교과서에 싣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우리 집에 왜 왔니'와 '하나이치몬메'는 놀이 방식에는 비슷한 점이 있으나 노래 선율이나 가사 내용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놀이 모두 가위바위보를 해서 상대 놀이패에서 한 명을 데려가는 방식이라는 점은 같지만, '하나이치몬메'는 지명한 아이에게 특정 걸음걸이를 요구하거나 누굴 내줄지 상담하는 부분이 있는 등 상당히 다른 놀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충주 지역 '남대문놀이'나 광주 지역 '벌장수놀이' 등 일제강점기 전부터 지역별로 전승한 놀이와 유사하지만 '하나이치몬메'는 일본 문헌에 따르면 1930년대 후반 이후에 보급된 노래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하나이치몬메'를 위안부나 인신매매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중국과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놀이가 발견되는 등 세계적 보편성을 보이는 아동 놀이 형태"라고 결론 지었다.

'우리 집에 왜 왔니'(위)와 '하나이치몬메'(아래) 악보 비교  © 교육부 정책연구보고서 등 캡처=연합뉴스

여우야 뭐하니·쎄쎄쎄 등은 일본 영향 확인…"교과서 전수조사해야"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포함해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놀이 10개의 유래를 분석했다.

나머지 9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쎄쎄쎄', 고무줄놀이, 사방치기(돌차기), 비사치기(비석치기), 끝말잇기, 연날리기, 구슬치기 등이다.

분석 결과 10개 중 4개에서 일본 놀이·노래의 영향이 발견됐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노래 '키쓰네상 키쓰네상(きつねさん きつねさん)'과 놀이 형식과 노래 운율·리듬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에서 전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 전통 놀이인 '닭잡기놀이'와 결합한 듯하다"며 "여우가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동물인 만큼, '친구'나 다른 동식물로 대체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쎄쎄쎄'는 일본에서 손뼉치기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 '아오야마 둑에서(靑山土手から)'와 선율에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오야마 둑에서'는 '셋셋세(せっせっせ)'로 시작한다.

연구진은 "손뼉을 치며 노래 부르는 놀이는 전 세계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쎄쎄쎄'는 일제강점기 시대 상황과 맞닿아 있는 놀이로 보인다"며 "의미 불명의 놀이 이름을 '손뼉치기' 등으로 바꾸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냈다.

고무줄놀이도 일제강점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일본식 노래가 도입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끝말잇기를 할 때 부르는 노래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구절 역시 일본 동요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일본 영향이 있는 놀이는 명칭·음계를 바꾸거나 다른 놀이·동요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며 "교과서에 수록된 놀이의 전수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며, 교과서 편찬 작업에 민속학자·음악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초등 교과서에는 10개 전통놀이가 모두 실리지 않았다"면서 "정책연구 결과는 시·도 교육청에 공유하고, 초등 교육과정에 필요한 놀이 자료 등을 개발할 때 참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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