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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회고록의 북미정상회담과 병법36계식 복기(復棋)

  • 기사입력 2020.07.06 14:56
  • 기자명 장 순 휘(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
▲ 장순휘 박사    

전쟁사를 통하여 ‘전투’라는 것은 장수(將帥)가 중심이 되어 휘하의 병력을 지휘하여 적과의 승패를 가르는 것으로 때로는 국가존망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행위이다.

손자는 손자병법 제1편 시계(始計)에서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 존망지도(存亡之道),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라하여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다.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의 길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해당국의 장수의 지혜가 전승의 결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투의 과정’은 통상적으로 “전투준비단계-전투단계-전투우발단계-종전 또는 정전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정상회담(summit meeting)은 국가원수들이 직접 벌이는 외교활동이기 때문에 실무적 준비단계와 호화스러운 의전이 수반되는 회담과정과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경쟁 등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는 정치행위이다. 이런 정상회담의 결과는 선언문이나 합의문 또는 협정과 같은 발표문서로 역사적인 국제정치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에 관한 볼턴 회고록의 내용은 국제정치의 정상회담이 ‘총성없는 전투’였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막전막후의 치열한 개입이 있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분석할 가치를 더하고 있다. 즉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하노이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회동의 3차례 회담을 구체적으로 회고하였는데 이 과정을 전투에서의 변화무쌍한 전략전술 그리고 권모술수의 외교 전투행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의 고전 ‘병법36계’는 전술적 계략 36가지를 여섯 항목으로 모은 군사서적이다. 36계는 ①승전계(勝戰計), ②적전계(敵戰計), ③공전계(攻戰計), ④혼전계(混戰計), ⑤병전계(倂戰計), ⑥패전계(敗戰計)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투상황의 국면별 활용계책으로 볼 수 있는 현대전술의 방책(COA:Course of Action)이다.

  따라서 과거 2003년부터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의 북미갈등은 2016년 불신으로 해산이 되면서 그 골이 깊어졌고, 2016년 ‘북한 비핵화 정상회담’이라는 Top-Down방식의 새로운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막상 정상회담의 성패가 국가원수들의 정치적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하거나 부담스러운 회담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국제정치이기도 하다.

  첫번째, 싱가포르 회담은 준비단계에서 한국의 정의용 실장이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라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략‘으로 북한을 움직여서 시작이 된 것으로 이에 미 트럼프 대통령이 제17계 포전인옥(抛磚引玉)이라는 ’이익을 줄 것처럼 적장을 꾀어내어 유인하는 책략‘으로 호응한 것으로 공격적인 외교전술을 쓴 것이다.

이 정보를 듣고 일본 아베는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책으로 미국을 이용하여 북한에 대한 불법행위를 거론하며 일본의 안보이익을 챙기고자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을 주선하면서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1년내 비핵화할 것을 동의했다”는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에 꽃을 핀 것처럼 기만하는 계책‘으로 트럼프를 유인하고,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로 ’지붕으로 올려놓고 못내려오게 사다리를 치우는 계책‘으로 트럼프를 타협시키면서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결정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행위가 엿보인다. 그러나 미국측은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의 계책으로 김정은의 제17계 포전인옥(抛磚引玉)계책을 무력화시켰다고 할 것이다.
 

두번째, 하노이 회담은 미국이 공세적으로 계책을 사용하여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의 ‘뭐라도 줄 것처럼 하면서 살짝 벗어나는 계책’으로 김정은의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과 제35계 연환계(連環計)로 미국의 제재를 벗는 이익을 취하고자 했으나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으로 ‘국제적으로 회담의 성의를 보이되 스몰딜도 거절하여 북한의 기대를 좌절시킨’ 회담으로 북미회담의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할 것이다.

 세 번째, 판문점회담은 다시 트럼프에 의하여 제15계 조호이산(調虎離山)의 ‘호랑이를 잡으려면 산을 떠나게 한다’는 계책으로 김정은을 불시에 판문점으로 불러내서 제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하자 북한은 제25계 투량환주(偸樑煥柱)로 북한의 안전보장을 얻고자 하였으나 트럼프는 만남의 이벤트 수준에서 김정은의 기대와 달리 아무 선물도 없이 제36계 주위상(走爲上)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이처럼 국가간의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치열한 수싸움으로 총성없는 전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은 수싸움에서 상대를 주도면밀하게 다루는 계책으로 승부가 난다고 본다. 과연 문정권의 안보외교참모들은 고작 북한 편들기식의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나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그리고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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