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상(無常)과 코로나 혁명

  • 기사입력 2020.08.22 15:57
  • 기자명 세계미래포럼 이영탁 이사장

원래 무상은 세상만사가 일정하지 않고 항상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하를 통일하고 세상을 호령하던 진시황도 죽음 앞엔 무력하였으며 (생자필멸 生者必滅), 인연 따라 만난 좋은 관계도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다 (회자정리 會者定離).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일정하지 않고 항상 변한다는 것, 거기에 하나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 이런 무상이 새삼 우리에게 여러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무상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 중 가장 엄중한 것은 인간을 비롯한 세상 만물이 결국 평등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인간에게 죽음처럼 공평한 건 없다. 돈이 많건 적건, 권력이 있건 없건 반드시 죽는 게 인간이다. 일찍이 돈이나 권력을 거머쥔 사람은 대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인생무상을 떠올리면서 허무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돈과 권력에 취해 오만해질수록 늦게 깨닫기는 하지만.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면 대게가 이미 때는 늦어진 다음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기왕에 우리에게 익숙했던 생활 질서나 트렌드가 무너지면서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가히 ‘코로나 혁명’이라고 까지 이름붙일 수 있겠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 속에서 앞에 언급한 무상과 관련한 몇 가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코로나의 무차별성 나아가 평등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초 이후 코로나의 전염은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았고 사람 간에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한마디로 예외가 없었다. 처음 중국에서 시작하여 몇몇 나라를 거치더니 드디어 유럽, 미국 등 선진국까지 전파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여기서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선진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잘 갖추어진 의료 시스템과 정부의 적절한 대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도 사람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 같던 나라들이 노인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평소 생각하던 선진국다운 모습이라곤 전혀 없었다. 조상을 잘 만나거나 하여 우선 먹고 사는 게 좀 나은 것이 그냥 선진국이라고 불린단 말인가.

인간의 나약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수단이 겨우 사람간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우리들. 그까짓 마스크 몇 장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한 때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사게만 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집콕하는 게 최상이라고? 요양병원에 두고 온 고령의 부모조차 못 만나는 우리의 현실. 이런 모든 것들이 그까짓 바이러스 앞에 한없이 무력해진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도 답답한 건 언제 이런 사태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크게 장담은 못하는 것 같다. 거기에다 바이러스가 진화와 변이를 계속하고 있어 어쩌면 코로나를 끼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만일 신이 있다면 평소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을 그렇게도 자랑하던 인간이 그까짓 바이러스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 중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기 마련, 나쁜 일이 있으면 곧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일이 지나가면 나쁜 일도 따라온다는 믿음이다. 이게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이자 무상이 아니겠는가. 이번 코로나 사태가 갑자기 들이닥친 후 온 세상이 고생을 하자 이 말을 끄집어내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당장 달라질 일은 없지 않는가.

이렇게 세상이 변화무쌍한 것을 두고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변화가 선형적(linear)이었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기하급수적(exponential)이라는 것이다. 금년 들어서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는 바람에 우리들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야말로 언택트(untact)에다 각자 도생의 생활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도 세계경제는 끝내 10%를 잃고야 마는 ‘90% 이코노미’를 맞이할 것이라 한다. 연간 2만 달러 미만을 버는 미국인은 8만 달러 이상을 버는 미국인보다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승자독식사회(A winner takes all)가 진전되면 불평등에 따른 분노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텐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번 사태가 지나고 나면 옛날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세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제에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들을 바꾸어야 한다. 결국 종전의 것은 모두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 한다.

왜냐고? 이제 앞으로의 세상은 뉴노멀(new normal)이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노멀 세상에서 올드 노멀(old normal)은 그냥 낡은 것이 아니라 애브노멀(abnormal) 즉 비정상이다. 이제 과거 방식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 이걸 당장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할 수 없는 일,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자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우리의 숙명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