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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근무 중 희귀질환 걸린 노동자 16년만에 산재 인정

'시신경 척수염' 걸렸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불승인…법원 "산재 인정해야"

  • 기사입력 2020.09.15 17:59
  • 기자명 이윤태 기자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의 병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는 1997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7년 만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시신경 척수염으로 진단됐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병으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2005년 퇴사한 A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과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체 공정의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당시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은 점, A씨가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 등에 주목했다.

또 시신경 척수염의 발병 원인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긴 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을 사업주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 전가하지 않고 사회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원은 강조했다.

반올림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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