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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NGO칼럼, "고려장(高麗葬)’은 일본이 만든 말"

  • 기사입력 2020.09.19 20:31
  • 기자명 이용수 판소리 전문가
  ©판소리 전문가 이용수

지난번 ‘아리랑(我離娘)’에 이어 잘못된 일제 잔재 한 가지를 더 소개한다. 우리의 국민가수 장사익이 부른 ‘어머니 꽃구경 가요’를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찡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들이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꽃 구경을 가는데, 어머니가 처음에는 좋아하며 지게에 올라타고 산으로 들어간다. 산으로 깊이 들어가다가 어머니는 문득 이 아들이 자기를 버리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아들을 위해 솔잎을 따서 길에다 뿌린다. 아들이 자기를 산속에 버리고 돌아올 때 혹시나 길을 잃을까 봐서라는 내용이다.

▲ 김기영의 영화 고려장의 한장면(1963년) 

그러나 이 노래 가사는 산에 부모를 져다 버리는 ‘고리장’ 또는 ‘고려장’이라는 것이 마치 우리 민족의 풍습인 줄로 잘 못 알게 하는 문제가 있다. 고리장 제도는 처음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놀드 토인비가 “앞으로 인간이 지구를 떠나 살아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것 없이 몸만 가야 하는데, 꼭 하나 가지고 갈 것이 있다면 그건 한국의 효도 사상일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 민족은 언제나 효를 제일 근본으로 삼고, 조상에 대한 예를 어기면 크게 벌을 주었다.

따라서 우리 역사와 어느 문헌에도 부모를 고려장으로 산에다 버리고 왔다는 기록은 없다. 고려사에는 오히려 이와 반대로 아들이나 손자가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으면 징역 2 년형에 처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 효자, 효녀와 80세 이상 노인에게는 잔치를 베풀고 선물까지 하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세종대왕은 자식이 아비를 죽였다는 보고를 받고, 신하 설순(偰循)을 시켜 조선은 물론 중국의 인물까지 효자, 열녀, 충신들을 대거 열거하는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라는 책을 만들어 교육토록 했다.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 백제 때 판소리 심청가에도 나오지만, 그 훨씬 전부터 고기잡이나 항해를 위해 배로 먼 바다로 나갈 때 용왕을 잠재우기 위하여 일 년이면 몇 번을 인당수에 사람을 제물로 삼았다는 설화가 내려왔다. 그러나 실제로 심청이가 (286탄생 16살이 되던 해인 301년) 중국 진(晉)나라 황제 혜제(惠帝)의 황후로 가던 시절의 왕들은 사람을 제물로 삼지 못하게 하고 대신 나무를 인형 모양으로 깎아 바다에 던지게 했다. 그래서 실제로 인당수에 가까운 전라북도 위도란 섬에는 목각인형이 많이 떠밀려와 쌓여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 나무 인형이 많이 떠내려 왔다는 위도(전북 부안군 위도면 차도리) 

이렇듯 효와 인명 중시 문화를 가졌던 우리 민족에게 어찌 고려장이란 문화가 있겠는가? 여기에도 예외 없이 일본이 등장한다. 1922년 사이토 마코도 총독이 내린 ‘조선인들의 조상들을 무위·무능과 악행을 들추어내어 과정하여 가르쳐 선조들을 멸시하게 만들어라!’는 지침에 일제의 의도가 잘 나타나듯이 그들은 그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도의 <잡보장경(雜宝藏經>의 ‘기로국설화(棄老國說話)’에서 기로장(棄老葬)이란 설화를 발견하고, ‘기로장’과 발음이 비슷한 고려장(高麗葬)으로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

처음 그 희생이 된 것은 미국인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였다. 그가 1882년 <은자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이라는 책에 처음으로 고려장을 언급하였다. 본래 역사학자도 아니고 한국에 와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으니 아무 것도 모르고 일본에 머무를 때 일본인이 준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서 쓴 것이다.

일본은 그 후 조선총독부의 <조선동화집>에 수록하여 고려장 문화를 우리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심어주었고, 이병도는 1948년 <조선사대관(朝鮮史大觀)이란 책에서 이를 소개했으며, 또 1963년 김기영의 영화 <고려장>에서 소개가 된 후로 그게 마치 우리 민족의 풍속처럼 잘 못 알려지게 된 것이다.참으로 안타깝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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