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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 <하숙생>

  • 기사입력 2020.10.06 17:56
  • 기자명 시인 안재찬
▲ 안재찬  

   하숙생
               이내빈

산모롱이 돌아서
하염없이 달려온 길

 

정처 없어
머뭇거리는 나그네

 

삭풍에
마른 이파리처럼
안간힘으로
놓지 못하는 세월

 

한점 구름으로 왔다가
홀연히 흘러가 버릴 것을
부질없는 세월을 헤아린다

 

처음부터 빈손인 것을

비우지 못하고
오늘도 허우적거린다

인생은 허무하다. 어느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희랍 최고의 제왕인 알렉산더는 살육의 전쟁터가 일터였다. 끊임없는 정복 전쟁 와중에 33세로 단명한다. 그렇게 하늘을 찌를 듯 정복의 제왕도 잠시 잠깐 철권을 휘두르다 허무하게 갔다. 시인은 인생을 한점 바람과 구름으로 비유한다. 한세상 떠돌다 ‘홀연히 흘러가 버릴 것을’.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고 말 길을 죽는 날까지 움켜쥐려고 몸부림 치는 탐욕을 성찰하는 시다. 무상한 삶과 부질없음을 탄식하는 ‘하숙생’이다. 물진문명이 발달할수록 풍요 가운데서 자살률은 증가한다. 정신적 빈곤으로 삶의 뿌리가 흔들린다. 이웃도 없고 우울증을 달고 사는 현대, 하늘은 가벼운 영혼을 눈여겨본다. 비우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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