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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빚과 빛>

  • 기사입력 2020.10.11 21:30
  • 기자명 시인 안재찬
▲ 안재찬 시인    

빚과 빛

 

                     심가람

 

쇠 잠자리 날개 펼친

아파트 공사현장

 

동공에 기운 모아

하늘 높이 올려보다

어지럼증에 눈 감는

꿈의 집 한 채

 

대출자금

돈다발에 눌려

일상은 흐트러지고

숨 막혀 헉헉대다

 

오늘은 실내 소독 날입니다

관리실 방송 스피커 소리

꿈꾸다 깨어난

새벽녘에 든 잠

 

암막커텐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손님

구원의 빛이다

 

서민들은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 땀방울로 정직하게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건 백년하청이다. 부모의 손을 빌리거나 은행 문턱을 밟아 대출을 받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빚과 빛은 가깝고도 먼 내칠 수 없는 이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등골이 휘어지는 삶, 젊음은 시들어 가고 흙수저 출신은 탈피한 길이 막연하다.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 등등 빚더미에 허덕이는 인생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날로 치솟는 집값에 턱턱 숨이 막힌다. 빈부 격차가 상상을 초월하는 작금이다. 빚을 이겨내지 못한 최하위 계층 사람들은 소중한 목숨을 던지기도한다. 운이 좋아 능력이 출중해서 또는 배경이 좋아서 빚의 궤도를 벗어나면 삶은 점 하나 붙어져 빛이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암막커텐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손님 / 구원의 빛” 맞이할 일이다. 빚이 많이 쌓이면 일상이 무너지고 빛이 너무 강렬하면 눈이 멀어진다. 시인의 눈은 빚과 빛의 중간지대에 동공을 모으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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