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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언어 사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 기사입력 2020.10.24 23:33
  • 기자명 JG사회복지연구소 이진경 소장
▲이진경 소장

손녀를 돌보는 이웃 할머니는 마치 손녀딸과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일상을 이야기한다. 아기는 아침에 우유한통을 다 먹었는데도 또 뭔가를 자꾸 달라고 한단다. 듣고 있다가 어떻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지 묻자 그 조그만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으로 입에 넣어달라는 제스처(gesture)를 보고 바로 알 수 있단다.

그러면 간식을 챙겨주고 아기는 잘 놀고 있으니 말 못하는 아기와 할머니의 소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 심리학자인 앨버트 매러비안(Albert Mehrabian)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의사소통은 몸짓과 태도 등의 행동이 55%를 차지한다고 했다. 음성, 어투 등 청각적인 요소가 38%, 말의 내용은 7% 정도라고 하니 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행위의 위력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뿐이랴, 감정 전달에 있어 비언어적 행위를 떠올리면 두 손 꼭 잡아준다거나,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에서 진심으로 위로받았던 느낌과, 몹시도 매서운 서슬 퍼런 눈빛에 주눅 들고 말았던 경험이 누구나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아기와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있어서 마음껏 감정표현이나 사랑의 말을 풍성하고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 외국인 어머니의 경우가 그렇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일반가정 출생아가 32만 7천 명으로 전년도 보다 8.7% 감소한 것에 비해 다문화 출생아 18,079명은 2% 감소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다.

이제 다문화가정에 대한 형태와 개념을 유연하게 정립해야 하는 현실적 대응이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일언어를 사용해야만이 소외되지 않는 신념이 아직까지 강하고, 아니면 동남아 언어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교육 부족으로 외국인 어머니에게 한국어 사용만을 재촉하고 강요한다. 이로 인해 이중언어환경, 다언어 습득이 가능할 수 있는 자녀의 능력을 태어나면서부터 박탈하는 격이 되고 있다.

그나마 동남아 출신 어머니의 친정방문 경험에서 그곳 아이들과 놀면서 금방 습득했던 말들도 한국에 와서는 다 잊어버리고, 이중언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라 해도 가정 밖에서는 창피하다고 안한다. 이중언어사용에 대해 다문화가족의 태도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대부분이 관심도 두지 않고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언어적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중학생이 6.5%, 고등학생이 10.1% 미취학이다. 학업중단은 중학생이 2.15%, 고등학생 2.71%로 게다가 학교생활에서 집단따돌림에 취약한 그룹이라는 점이 큰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희망적인 점은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거주기간이 늘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학업과 직업선택의 기회에서 이중언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에서는 현지화 된 마케팅이 필수적이고 그 나라 언어가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방식으로 어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외교, 기업의 확장을 담당해 낼 글로벌한 인재양성을 위해 다문화가정자녀의 이중언어사용을 적극 지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도 영어말하기 대회처럼 일반 어린이도 참여하는 폭 넓은 '이중언어' 사용의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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