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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 개시장 폐쇄 1년, 마지막 구조견들 모두 미국으로 입양돼"

동물자유연대"지난달 22일 44마리 최종 출국으로 도살 위기 개들 84마리 전원 새 삶 찾아"

  • 기사입력 2020.11.01 20:58
  • 기자명 이윤태 기자

구포 개시장 폐쇄로 인해 도살 위기에 처해있다가 구조됐던 84마리의 개들이 미국으로 입양되는 등 전원  해외 입양으로 새 삶을 찾은 것으로 동물자유연대가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구포 개시장의 폐업 협약식 당일인 지난 7월 1일 당시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KOREA, 이하 HSI)에 의해 현장에서 86마리의 개들이 구조했다.

그뒤 시장에 버려진 고양이 2마리, 개 1마리를 개별 단체에서 추가 구조해 총 89마리가 되었고, 홍역 등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임신한 개의 출산, 출산한 새끼들 중 일부 사망을 거치며 구조된 개와 고양이 전체 개체 수는 지난 5월 이래 계속 89마리를 유지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구조된 개들의 해외 입양처를 찾기 위한 출국이 지난 8월부터 시작됐고, 특히 올 10월 22일에는 위탁보호소에서 사회화 훈련을 받으며 남아있던 44마리의 개들이 출국 절차를 밟았다. 따라서 지난해 2019년 해외로 간 12마리와 지난 2월 출국한 28마리를 포함해 모두 84마리의 개가 미국으로 건너 가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고 동물자유연대가 밝혔다.

또 각 단체에서 보호를 맡은 동물 5마리 중 개 2마리는 가정 입양됐으며 개 1마리와 고양이 2마리는 국내 보호소에서 입양처를 찾는 중이다.

해외로 출국한 개들은 HSI의 연계 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게 되며, 작고 예쁜 품종견 선호로 중대형견의 국내 입양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조 준비 시점부터 해외 입양은 계획돼왔다. 해외 입양을 위해 지난해 지역 동물병원과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의 봉사로 예방 접종과 중성화 수술도 진행됐다.

부산 구포 개시장은 6.25 전쟁 이후 부산시에 형성된 가축시장 중 일부로, ‘오선이 사건’를 비롯한 개 학대사건들로 악명을 떨쳐 이곳에서 폐쇄 전까지 동물보호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져 왔다. 구포 개시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질병 사실과 도살 도구는 이러한 개시장이 동물학대의 온상일 수 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구조 당시 현장에서 이뤄진 질병 검사에서 홍역 양성으로 판정된 6마리와 홍역 감염 가능성이 높은 개 10마리를 포함해 16마리가 당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잠복기에 있던 양성 개체가 추가 확인되는 등 구포에서 구조된 개들 중 총 25마리가 동물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개 홍역 바이러스는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로 치사율이 무려 90% 이상에 달할 만큼 위험하나,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런데도 구포 구조견의 1/3가량은 홍역에 걸리거나 홍역으로 의심돼, 개시장이 전염성 질병 방역체계의 허점임이 입증됐다.

홍역 치료를 위해 부산 시내 병원으로 흩어져 치료를 받던 중 7/6 2마리, 7/12 1마리, 7/14 1마리, 7/24 1마리, 8/5 1마리, 8/25 1마리가 사망했다. 그러나 홍역을 이겨내고 새 삶을 기다리고 있는 생명들도 있다. 이 중에서도 오소리는 홍역 후유증으로 틱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위험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며 단단한 생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구조 당시 임신 중이었던 눈송과 호란은 각각 11마리와 6마리 새끼를 출산했다. 몸이 약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 위탁보호소의 살뜰한 보살핌에도 9마리가 죽고 8마리가 생존하게 됐다.

살아남은 8마리 개들은 알콩, 달콩, 콩콩, 돌, 하프, 순, 범, 밤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어미개인 눈송, 호란과 함께 온 가족이 지난 2월 11일 미국으로 출국길에 올랐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했던 생명들은 현재 먼 미국 쉼터에서 소중한 생명체로 환대 받고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16개월여간 개들은 위탁보호소에서 꾸준히 목줄 산책, 합사와 노즈워크 훈련을 받아왔다. 많은 개들이 목줄 산책이 가능해 일반 가정에서 반려되다 구포 개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유기되는 개들의 종착지로 개시장이 이용되며 국내에 있는 개들이라면 어느 때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현실을 드러내 준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무법지대인 개식용 산업 현장에서 희생되는 한해 100만 마리 이상 개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철폐 활동을 계속하겠다. 방역 무풍지대이기도 한 개식용 산업 현장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폐쇄 정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구포에서 구조된 개들이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모두 따뜻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살피며 보살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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