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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자리

  • 기사입력 2020.11.14 01:01
  • 기자명 시인 이오장
▲  이오장 시인

          따뜻한 자리

                                                  유정옥 (1966년~ )

 

공원 벤치에 앉아

잎사귀 하나가 내 몸 가까이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그늘 한 점 없는

잎사귀 한 분

 

이분은 나뭇잎이 아닌 햇볕이신가

 

나는 잠시

내 몸과 내 혼 사이를 맴도는 물방울이 된다

 

나른한 물방울

따뜻한 자리

 

물은 물의 힘으로 따듯한가 보다

바람은 바람의 힘으로 나른한가 보다

잎사귀는 잎사귀의 힘으로 가벼운가 보다

 

이때쯤

당신이 오시는 시각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요약하기 전이지만

 

 

모든 식물과 동물은 삶의 구성과 과정이 같다. 나고 자라고 누리다가 죽는다. 하지만 전부 다르다. 똑같은데 이율배반적인 모순이다. 어떤 사람은 온풍 속에 태어나 순풍으로 살아가며 어떤 사람은 폭풍 속에 태어나 폭풍 속에 살다가 간다. 이것을 운명이라고 하지만 힘겹고 슬프다. 인간으로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고뇌다. 순풍 속에서도 더 좋은 자리를 바라는 게 인간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일지라도 폭풍 속에 사는 사람의 바램은 언제 한번이라도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기를 원한다. 폭풍의 순간이 크면 클수록 그러한 바램은 더 커진다. 유정옥 시인도 어느 사람과 같다. 모진 바람 속을 헤쳐나가 언젠가는 원하는 자리에 착지하고픈 꿈은 간절하다. 공원 벤치에 앉았다가 몸에 내려앉는 잎사귀 하나를 맞이하는 태도가 너무 겸손하고 온기가 넘친다. 바램이 컸기에 그늘 한 점 없이 맞이한다. 몸과 혼 사이를 맴도는 물방울로 하나가 된다. 물은 물의 힘으로, 바람은 바람의 힘으로, 잎사귀는 잎사귀의 힘으로 따뜻한 자리를 만들고 사람은 사람의 힘으로 따뜻한 자리를 만든다는 유정옥 시인은 원하는 자리에 앉은 것이 꿈만 같아 자신을 요약하지 못한다고 고백하지만, 인생의 전 과정을 가장 따뜻한 심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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