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설>선거 앞두고 뒤집혀 지는 국책사업...결국 가덕도로

  • 기사입력 2020.11.17 23:10
  • 기자명 편집인

선거가 다가오니 ‘표(票)풀리즘’이 또 춤을 춘다. 4년 전에 그렇게 힘들게 결정했던 김해신공항 추진 사업이 결국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 얼마 전부터 긴가민가한 소문이 나돌더니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그 소문을 사실로 확인해 준 것이다.

 

이날 발표에 귀담아 들을만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작년 12월 출범한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안전, 소음, 환경, 시설 등 4개 분야 14개 쟁점을 집중해 검증한 결과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김해신공항 추진에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검증위의 이번 발표로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가 고육지책 끝에 확정해 추진한 김해신공항안이 하루 아침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중차대한 국책 사업이 일관성을 잃고 중단될 위기에 몰린 것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신공항안은 2016년 세계 최고의 공항분석전문가 그룹이라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가덕도안, 밀양안과 함께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안이었다. 그때도 검증위가 제기한 여러 문제점들을 검토해 많은 숙고 끝에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검증위는 당시 분석평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반론없이 결론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참으로 아쉽고 유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검증위의 발표 중 4년전 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 안을 추진하면서 사업지인 부산시와 협의도 없이 비행 충돌 위험이 있는 산을 깎아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법제처의 유권해석까지 동원해 지적을 했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면 이제라도 협의를 얻으면 될 것 아닌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감춘다고 감추어질 사안이 아니지 않는가? 내년 4월 치뤄지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2022년 대선으로 가는 주요한 골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추락한 부산 여론을 돌릴 방안이 여권에서 더 절실했고 그 카드가 가덕도신공항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다 사실이다.

 

이날 검증위 발표에 대구·경북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부산·울산·경남은 기다렸듯이 가덕도 신공항 방안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반겼다. 단체장이 여당인 부.울.경은 이번 달 안에 특별법을 만들어 가덕신공항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며 가덕도 대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기정사실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각축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최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띄우기에 나섰다. 정 총리는 "부산 울산 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 받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시·도민의 염원에 맞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으며, 다분히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여당이 '표몰이'를 하자 국민의힘도 가덕도공항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쓸려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군까지도 이에 반대하지 않고 조건부로 가덕도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사업이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인 데다 보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어쨌든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중차대한 국책 사업이 일관성을 잃고 중단될 위기에 몰린 것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명실상부한 동남권 관문공항 선정 작업은 수 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정말 중대한 국책사업이다. 이에 소요되는 재원 산정과 편익계산, 국토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경제 기여 같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 아래 적법한 절차를 밟아 입지를 정하는 것이 기본 정석일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정권 입맛에 따라 뒤 집하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한번 정치의 비효율성과 매몰비용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