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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숙소 30%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이주민 단체 "규제와 처벌조항 마련 등 대책 내놓아야"

  • 기사입력 2020.12.25 08:59
  • 기자명 이윤태 기자

최근 경기도 포천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이 비닐하우스 형태의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주노동자 주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해당 여성이 지낸 숙소는 비닐하우스 구조물 내에 지어진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라며 "잊을 만하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권 문제가 터지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마철 당시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100여 명의 이재민 중 80% 이상이 농가 근처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지내던 이주노동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현재 외국인 고용 허가를 받은 사업장 1만5천773곳 가운데 노동부가 정한 외국인 기숙사 최저기준에 미달된 비율은 31.7%(5천3곳)로 작년 동기의 10.3%보다 21.4% 포인트 증가했다.

이주노동자 숙소 3곳 중 1곳은 냉난방시설이나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라는 의미다.

8월 이주노동단체가 숙소 생활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 54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26.4%(복수응답)는 숙소 환경이 작업장의 소음과 먼지, 냄새에 노출됐다고 답했고 21.3%는 에어컨이 없다고 밝혔다. 11.2%는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없다고 응답했고, 난방시설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6%에 이르렀다.

지난해 노동부는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1인당 침실 면적 2.5㎡이상, 화장실·목욕시설, 냉난방시설, 소방시설 마련 등 12개 기준을 정해 사업주가 이를 어길 경우 항목마다 정도에 따라 1∼10점씩 감점하기로 했다.

그러나 벌점이 쌓여도 처벌이나 사업장 취소 등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단체 관계자는 "지출을 줄이고 싶은 농장주 입장에서는 처벌도 미약하고 단속도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개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지자체나 노동부가 이주노동자의 공동 숙소를 마련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6∼2020년 기숙사 시설 개선 명령을 받은 사업장 1만1천여 곳 중 시정조치에 나선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임상교수는 '농업 이주여성의 인권 실태·제도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산업연수생제도는 숙박시설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 업체에만 연수상 채용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며 "고용허가제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숙소를 갖춘 업체에만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가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노동 선진국은 기준 미달인 숙소를 운영하는 업장에는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농업 분야 사업주는 숙소 점검 보고서 등을 통과해야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채점표에는 숙소의 내외부 공간과 안전, 위생 등의 세부 항목이 마련됐으며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 업체 대상에서 자동 탈락된다.

미국은 '이주 계절농업노동자 보호법'에 따라 사업자는 이주노동자 숙소가 안전과 보건 기준에 부합한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인증서 사본을 3년간 숙소에 부착해야 한다.

위생 시설과 냉난방 시설 등의 세부 기준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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