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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대란 ‘도돌이표’···정부 차원 해결책 마련 절실

  • 기사입력 2021.01.14 15:53
  • 기자명 정성민 기자

매년 겨울이면 대학가가 홍역을 치른다. 이른바 등록금 대란이다. 반값등록금정책으로 재정난에 시달리자 대학들은 인상을 원한다. 하지만 국가장학금Ⅱ 유형 불이익과 반발 여론을 의식,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결을 선택한다. 반면 학생들의 요구는 동결이 아니라 인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원격수업에 따른 불만이 등록금 인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동결이 대세. 그러나 등록금을 두고 대학들과 학생들의 입장이 엇갈리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 등록금 고지서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등록금 및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보면 “학교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각 학교가 등록금의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여 인상한 경우에는 해당 학교에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뒤 대학들이 재정에 어려움을 겪자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는 인상을 허용한 것이다. 고등교육법에 의거, 계산하면 올해 법정 상한률 최고치는 1.2%다. 

그러나 인상은 그림의 떡이다. 법정인상률이 있지만,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Ⅱ 유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하나 동결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반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서울대는 13년 만에 1.2% 등록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동결을 결정했다. 서울대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등록금을 인하한 데 이어 2018년부터 등록금 동결을 이어오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동결로 속속 입장을 정하고 있다. 전북대는 2021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해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동결을 결정했다”면서 “오랜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매우 어렵지만, 코로나19로 가중된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재차 동결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국가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2009년 이후 13년째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부족 예산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연구비 수주, 발전기금 모금 등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다. 또한 우석대와 전주대 등도 동결에 동참했다.

그러나 동결이 능사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면서 등록금 인하 요구에 불을 붙이고 있다.

부산대가 대표적이다. 부산대는 등록금 동결을 추진하자 학생들이 등록금을 인하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8일 열린 제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 총학 간부인 학생 위원 3명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올해 상반기에도 강의 질 저하, 캠퍼스 이용 제약 등 학습권 침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대학본부가 등심위에 등록금 동결안을 상정하자 항의 차원에서 불참했다. 

총학생회 측은 “올해 등록금 동결은 사실상 인상과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대면 강의가 크게 줄었고, 국제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이 취소된 데다 운영 비용 등이 절감된 상황이 등록금 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대란. 대학들은 재정난으로 인상을 호소하고,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불만으로 인하를 주장한다. 이에 등록금 문제를 대학들과 학생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 대학들의 곳간은 한 마디로 비워가고 있다. 대학들의 재정이 어려우면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다”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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