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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만이 아니라 흡수를 평가하는, ESG탄소흡수원 지표 만들어져야"

  • 기사입력 2021.02.25 08:35
  • 기자명 김소희 (재)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은 투자 기업의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Larry Fink’s 2021 letter to CEOs)에서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기업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후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이며 자본의 근본적인 재분배를 촉발할 것”이라고 썼는데, 이는 2020년 1월 금융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국제결제은행(BIS)의 ‘그린 스완 : 기후 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성’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한다.

넷제로, 즉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국제적인 노력이다. 2015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에서 체결된 파리협약에서는 21세기말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2도씨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키로 하고, ‘1.5도씨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년까지 당사국들에게 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담긴 장기 저탄소개발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s Development Strategies) 수립을 요구했다.

이후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총회에서 ‘1.5도씨 특별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당시 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 사무총장이 당사국들의 자발적 2050 넷제로 선언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선언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12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며, 이는 전세계 경제 규모의 3분의 2가 넘는 국가가 탄소중립을 지향하게 된다. 

지속가능 성장에 있어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는 금융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 추진하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이다. 즉 지금 그저 사회공헌이나 기업홍보 차원의 ESG 열풍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집약적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9년 약 13톤(세계 평균 약5톤)인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1인당 배출량을 2~3톤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청나게 도전적인 과제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이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가 ‘ESG 책임투자 기반조성’의 일환으로 ‘환경(E)·사회(S) 정보공개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위 정책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환경·사회 정보공개 의무화가 적용되는 시점은 2030년이다. 그리고 며칠 후 한국거래소(KRX)는 조직, 환경, 사회 분야에서 12개 항목 21개 지표로 구성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기후위기로 가속화되는 영향과 글로벌의 대응 동향을 감안했을 때 ‘2030년 의무화’는 속도감이 떨어지고 탄소중립 선언으로 탄소 흡수원이 중요해지는 글로벌 동향 역시 지표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UN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언급된 ESG요소 중 환경 부분에는 기후변화, 자원고갈, 물, 공해, 삼림파괴가 있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흡수원인 산림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ESG 환경 분야 지표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부분만 언급되어 있고, 한국거래소 공개 가이던스의 지표 역시 온실가스 배출 부분만 제시되어 있다. 흡수원 증진 노력을 인정하거나 장려할 만한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 선언으로 전 세계적으로 산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동참도 활발해지고 있다. World Economic Forum(WEF, 다보스 포럼)은 파트너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1t.org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이는 1조 그루 나무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기후 대응에 있어 nature-based solution(NBS, 자연기반 해결방안) 이 강조됨에 따라, 탄소 저장을 하는 숲, 습지 등을 보존하고 확대하는 것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하길 요청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의 1/3 이상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산림청은 2050년까지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3400만톤을 흡수하겠다고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산불 피해지 복구를 우선으로 도시∙섬∙유휴토지 등에 새롭게 조림을 확대하고, 북한을 포함해 해외 산림협력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 역시 포함되어 있다. 산림은 우리나라 국토의 64%를 차치하고 있고 매년 4000만톤 이상의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 산림의 67%는 사유림이다.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에 국가가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일본의 경우 교토의정서에 따른 1차 공약기간 중 온실가스 의무감축량 6% 가운데 3.8%를 산림부문 흡수량으로 충당한 사례가 있는 만큼 기업과 시민이 동참해서 탄소흡수원을 늘리는 부분 역시 ESG경영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산림청은 산림의 탄소흡수량 증진을 위해 2012년 '탄소흡수원의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탄소흡수원법)을 제정, 2013년부터 산림탄소상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2017년 기준 총 158개의 사업이 등록되어 참여 중에 있다. 등록된 사업유형에는 신규조림ㆍ재조림, 산림 경영, 목제품 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 식생복구, 산지전용 억제 등이 있다. 이러한 탄소흡수원의 유지·증진 활동으로 산림탄소 흡수량을 인증받을 수 있고 감축실적형(거래형) 또는 사회공헌형(비거래형) 형태로 산림탄소 상쇄에서 거래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거래형은 획득한 산림탄소흡수량을 자발적 산림 탄소 시장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고 비거래형은 획득한 산림탄소흡수량을 기업 홍보 등 거래 이외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업 참여자는 지자체 59건, 개인 31건, 공공기관 26건, 기업 16건 등이며, 주로 신규조림ㆍ재조림, 산림경영 등의 사업에 참여하였다. 

기존 ESG 평가에 있어 공통적으로 반영되는 환경분야 지표에 환경경영인증, 환경교육, 온실가스 감축량 등이 있으니, 이미 제도화된 산림탄소상쇄제도 등을 활용하여, 산림경영인증, 산림교육, 온실가스 흡수량 등을 지표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지표만 현재는 반영되어 있으니 온실가스 흡수량 등 산림분야를 통해 ESG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지표도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계획에 기업이 ESG경영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지금 어느때 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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