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학교폭력 근절 위해 사회적 관심과 노력 필요”

이재영·이다영 선수 학폭 사태 이후 스포츠계 전체와 연예계까지 확산
학교폭력, 신체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진화···대책 마련 시급

정성민 기자 | 기사입력 2021/03/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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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학교폭력 근절 위해 사회적 관심과 노력 필요”
이재영·이다영 선수 학폭 사태 이후 스포츠계 전체와 연예계까지 확산
학교폭력, 신체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진화···대책 마련 시급
 
정성민 기자   기사입력  2021/03/01 [15:47]

▲ 학교폭력 CG[연합뉴스]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학교폭력 사태로 무기한 출장 금지와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받은 데 이어 ‘학투(학교폭력 고발)’가 스포츠계 전체를 넘어 연예계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교육부는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을 발표, 학생 선수의 학교폭력 근절을 추진한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는 학생 선수뿐 아니라 일반 학생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학교폭력은 신체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국가적·시민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NGO신문>이 학교폭력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진단했다.


학투, 스포츠계 넘어 연예계로 확산



지난 2월 9일 여자배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네이트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 것. 글쓴이 A씨는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로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스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서 이렇게 글을 쓴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총 4명이고, 이 사람들 제외 더 있다”며 1번부터 21번까지 피해 사례를 나열했다. 피해 사례에는 ▲칼을 가져와 협박한 것 ▲더럽다고 냄새난다고 옆에 오지 말라고 말한 것 ▲툭하면 돈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리고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 때린 것 ▲본인들 맘에 안 들면 항상 욕하고 부모님을 ‘니네 애미, 애비’라 칭하며 욕한 것 ▲가해자들이 본인들만 가해자가 되기 싫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시킨 것 등이 포함됐다. 

A씨의 학투 대상은 이재영·이다영 선수로 밝혀졌다. A씨의 학투에 앞서 이다영 선수는 자신의 SNS에 소속팀 선배 김연경 선수를 저격하며 “나잇살 좀 처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좀 어리다고 막대하면 돼? 안 돼?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이다영의 글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A씨의 학투로 이어졌다.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추가 폭로가 제기, 무기한 출장 정지와 국가대표 자격 박탈의 징계를 받았다.

이재영·이다영 선수 사태 이후 학투는 여자배구계를 넘어 남자배구계와 스포츠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연예계에도 학투 후폭풍이 강타했다. 실제 남자배구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피해자 박철우 선수에게 사과한 뒤 잔여경기 출장 포기를 선언했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박상하 선수는 학투가 알려지자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소속 선수 C를 겨냥, 학교 폭력 의혹 글이 등장했고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핵심선수도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프로축구 FC서울의 기성용 선수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TV조선 ‘미스트롯2’ 출연자 진달래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하차했다. JTBC ‘싱어게인’ 톱6 요아리, KBS ‘트롯전국체전’ 우승자 진해성, OCN ‘경이로운 소문’의 주인공 조병규, 아이돌그룹 멤버 (여자)아이들의 수진과 세븐틴의 민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배우 박혜수 등도 학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심지어 1일 이재영·이다영 선수에 대한 폭로가 추가로 제기되면서, 학투 후폭풍이 다시 최초 원인 제공자를 향하고 있다.  

▲ 이재영(뒤)과 이다영[연합뉴스]

 


학교폭력 가해 학생 선수 처벌 강화, 피해자 대상 회복과 치유 지원



스포츠계의 학투 파문이 확산되자 문체부와 교육부는 지난 2월 2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교육부와 스포츠윤리센터는 민간 학교폭력 전문기관과 연계, 피해자를 대상으로 심리와 법률 상담을 지원한다. 만일 피해자가 희망한다면 가해자가 진정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스포츠윤리센터는 3월부터 4월까지 집중 신고기간 운영과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또한 앞으로는 종목단체별 징계정보 통합관리(2022년까지 구축)에 학교폭력 가해 학생선수에 대한 징계 내용도 포함된다. 프로스포츠 구단, 실업팀, 대학 등은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폭력 이력을 확인한 뒤 선발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번 대책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 조치별 대회참가 제한기간(안)’이 공개됐다.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 조치는 1호(서면사과), 2호(접촉·보복금지), 3호(교내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로 구성된다. 1호부터 3호까지 처분을 받으면 3개월, 4호부터 7호까지 처분을 받으면 6개월, 8호(전학) 처분을 받으면 12개월 동안 대회 참가가 제한된다. 9호(퇴학) 처분을 받으면 선수 자격이 박탈된다. 단 3월 1일 이후 발생 사안에 대해 적용된다.

학교폭력이 드러날 경우 세부 근거를 통해 제재할 수 있도록 프로스포츠 단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등의 제재 규정이 종합적으로 점검·정비된다. 교육부는 매년 ‘학생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실시, 가해자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심의기구를 통해 조치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학교 현장에 인권감시관을 투입, 불시 점검을 실시한다.

스포츠계의 학교폭력이 성적지상주의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체육 특기자 실적 평가 체계가 개선된다. 단체 경기에서 개인별 평가 지표가 개발되고 고입 체육특기자전형에서경기실적 외 평가 요소 비중이 확대된다. 체육지도자 채용·평가에서도 인권침해 징계 여부, 학습권 보호 노력 등 실적 외 요소가 폭넓게 반영된다. 운동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유·청소년 주말대전(리그) 확대와 주중 개최 종목별 대회의 주말 전환도 지속 추진된다.

훈련 환경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운동부 기숙사도 개선된다. 중학교의 경우 기숙사 감축이 유도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기숙사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현장 점검을 실시, 인권침해 요인을 개선한다. 학생선수, 운동부 지도자는 학기별 1회 1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수강한다. 아울러 과학적 훈련방법으로 경기력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자라나는 학생선수의 본보기로서 스포츠선수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크게 요구된다”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라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이 진정한 치유를 얻을 수 있도록 피해자와 체육 현장, 전문기관 등과 소통하면서 대책을 시행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지난 2월 2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을 발표했다.[문체부 제공]

 


학교폭력, 신체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진화



문체부와 교육부가 스포츠계 학투 진화에 나섰지만, 학교폭력은 비단 학생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학생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학교폭력이 신체 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점차 진화하며,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의 사이버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교육부가 지난 1월 20일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2019.4.1∼2019.4.30) 대비 0.7%p 감소했다. 학교폭력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순이었다. 문제는 2019년 1차 조사에 비해 사이버폭력이 8.9%에서 12.3%로 3.4%p 급증했다. 집단 따돌림도 2.8%p 비중이 증가했다.

이에 전문가와 교육계는 사이버 폭력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실장은 “2019년 1차 조사 결과와 비교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원격수업 등 학생들의 생활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비대면 상황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사이버폭력과 SNS를 통한 스토킹으로 분출될 우려가 있다”며 “올해도 비대면 상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온라인상의 폭력과 스토킹 등을 예방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근절 위해 사회적 관심과 노력도 중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학교폭력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사망 후에 약방문을 쓴다는 의미)식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학교폭력은 저연령화, 사이버상의 폭력과 왕따, 목격자의 방관 경향 심화, 매체 영향력 증가로 인한 모방 범죄 등 다변화되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은 우리사회가 만들어내는 죄악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책임이 아니라 묵인하고, 가볍게 여기고, 방관하는 사회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노르웨이의 학교폭력 이론가는 ‘선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학교폭력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며 “학교폭력 문화는 문명이 만들어낸, 선진화된 문명이 만들어낸 씨앗이다. 온 사회가 힘을 합쳐서 얼마나 막아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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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1 [15:47]   ⓒ 한국NGO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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