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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빼고 모두 발생"…들불처럼 번지는 서당 '엽기학폭' 사태

  • 기사입력 2021.03.30 14:16
  • 기자명 차수연 기자
▲ 지난 29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해당 서당은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연합뉴스]

최근 잇따라 밝혀져 충격을 준 청학동 '엽기 학폭'과 관련해 서당 원장에 의한 상습적 구타와 비위 등 추가 폭로가 줄을 이으며 경찰의 수사도 광범위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서 암암리에 자행된 서당 내 폭력·학대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남 하동 한 서당에서 체액을 먹이는 등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상습적 구타와 성적 학대를 당한 A(17)군은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학동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군은 자신이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당한 폭행·학대 외에 서당의 최고 책임자로 학생들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원장부터 온갖 부당한 명령을 내리거나 구타를 일삼으면서 서당 내부 일은 뒷전으로 내팽개쳤다고 성토했다.

A군은 "학생들이 아플 때는 병원을 제때 보내주지 않고 꾀병을 부린다며 맞은 적도 많다"며 "한번은 눈이 다 터져서 눈이 온통 빨간색이 되고 자다가 코피를 흘리고 피가 입에서도 나와 병원에 가 달라고 했지만 보내주지 않고 보건소에 데려가 포도당 링거 한 방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목발을 빌려 수업에 이동했는데 '네가 장애인 새끼냐'며 욕을 하고 폭행하고, 수업 시간에도 아프다 하자 '나도 아파'하면서 뒤통수와 뺨을 때렸다"며 "원장은 여자와 초등학생을 제외한 모든 아이에게 항상 폭행을 가했으며 뺨부터 시작해 발로 차고 넘어트리는 등 수없이 때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장이 간식비를 착복하거나 학생들을 사역에 동원했다는 등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A군은 "한 달에 20만원씩 부모님에게 간식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서 갔고 간식을 사서 보내라는 말도 했다"며 "원장이 직접 사서 나눠준 간식은 일주일에 한 사람당 라면 하나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학생들에게 자신의 여학생 기숙사를 짓는 공사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시켜놓고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해 자발적으로 했다고 둘러댄다"며 "모두가 공사에 동원됐으며 원장이 키우는 닭, 개밥을 주러 다니고 똥도 치우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나물과 같은 반찬이 주를 이루는 부실한 식단을 제공하거나 원장 앞에서만 전화 통화가 가능하게 강제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A군은 "많은 분이 청원에 응해주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을 없애 달라"며 "살인을 제외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호소했다.

A군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조만간 경찰에 제출하고 경남교육청에 관련 감사 등 대응을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선배가 후배의 머리채를 잡아 변기에 밀어 넣는 등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진 경남 하동 한 서당과 관련해 또 다른 피해 증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A군의 고소장을 접수하는 대로 전날 제기된 의혹과 함께 광범위하게 사건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하는 대로 신속히 수사해 서당 내 학교폭력 등 불법 행위가 뿌리뽑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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