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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LH 용역업체 선정에 담합 의혹…전관 영입시 입찰 유리"

LH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 분석…"내부위원 영향력 커"

  • 기사입력 2021.04.20 18:57
  • 기자명 최수경 기자
 

수십 건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소수의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담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계약이 이뤄진 LH의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제보로 입수한 관련 자료는 입찰공고·입찰결과·평가위원·평가결과 항목 등으로 정리돼있다.

분석 결과 총 계약금액이 4천505억원인 92건의 사업 중 66건(72%)은 2개 업체, 17건(19%)은 3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다. 또 85건은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평가됐는데 그중 65건(77%)의 입찰은 참여 업체가 2곳에 불과했다.

종심제는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으로, 20억원 이상의 사업을 평가할 때 적용된다.

경실련은 입찰 참여 업체가 대부분 2개사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담합 징후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2인 이상의 입찰만 유효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순번을 정해 줄세우기식의 '꼼수'로 입찰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수주현황에서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의 53.3%인 49건을 수주해 총 2천898억8천만원의 계약금을 타냈다.

투찰 가격을 비교하면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 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전체의 80%(74건)였고 그중에서도 63%(58건)는 0.5% 미만의 차이를 보여 가격 담합이 강하게 의심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경실련은 LH 내부위원들이 낙찰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내부위원이 높은 평가점수를 준 업체가 낙찰된 경우는 90.2%(83건)에 달했다.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했지만 낙찰에서 탈락한 사업은 9.8%(9건)에 그쳤다.

또 외부위원보다 LH 내부 평가위원이 용역평가 참여 경험이 많아 평가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예를 들어 용역 평가에 6회 참가한 경험이 있는 평가위원중 LH직원은 5명, 외부위원은 2명이었다.

경실련은 용역 사업을 평가할 때 업체 순위별로 강제로 점수에 차등을 주는 '강제차등점수제'가 적용되는데, 이 제도가 LH 퇴직자를 영입한 전관회사에게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사업 중에는 LH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6개 사업을 수주했다. 가장 큰 계약금액의 사업을 수주한 건축사사무소는 LH전관 3명을 영입했다.

시설사업에서 가격담합이 이뤄질 때 낙찰률이 95%를 상회하는 것과 비교해 LH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은 8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정부가 설계용역금액 산정기준을 부풀린 까닭에 81.2% 수준으로 낙찰받아도 사업자들이 이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실련은 "입찰담합 징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설계용역금액을 부풀려 예산낭비를 방조하지 않도록 관련 기준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H는 이날 경실련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LH는 "종합심사제로 낙찰자를 선정한 86개 사업 중 내부위원이 아닌 외부위원이 1위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한 건이 전체의 97%(83건)로, 내부위원 평가가 절대적이라는 경실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공정한 심사를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며 "특정 업체 수주 편중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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