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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공공심야약국이 필요할까?

  • 기사입력 2021.05.31 10:39
  • 기자명 UAEM Korea

코로나19 사태 초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던 곳이 있다. 바로 병원이다.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병원과 약국의 방문자가 줄은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용이성(Accessibility)이 감소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접근용이성이란 의약품 접근성의 요소들 중 하나로, 물리적으로 의약품을 접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우리 나라에 특정 의약품이 수입되고 가격이 적절하다 해도, 지역 약국에 재고가 없거나 약국이 문을 열지 않으면 환자들은 큰 곤란을 겪을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하여 간단한 질환은 편의점 의약품 (안전상비약)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2020년 9-11월을 기점으로, 소화제 매출은 CU편의점에서 26.7%, GS25 편의점에서는 34.6% 증가했다. 하지만 편의점은 판매 품목이 제한되어 있어 온전한 해결책이라 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요즘 논의되는 '공공심야약국'은 어떨까?

공공심야약국이란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여 심야에도 환자가 불편 없이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커뮤니티 케어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구매는 불가능하지만, 일반 의약품 및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시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2021년 4월부 서울시 지역 복지 운영 안내에 따르면, 서울의 23개구의 34개의 약국이 공공심야약국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운영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인데, 25개 약국이 365일 운영을 하고 있고 나머지 9개의 약국이 요일별로 운영을 하고 있다. 편의점에 일부 상비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심야약국이 의약품 접근성 개선에 필요한 이유는, 편의점 의약품 판매에는 일부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 소화제, 감기약 등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약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밴드, 붕대, 과산화수소수 등의 의약외품도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2012년 의약품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이후 안전상비약의 품목에는 십 년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13개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 의약품은 일반 약국이 영업을 마친 저녁 시간대 이후에는 구하기 힘들다. 

둘째, 약국과 비교하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의 가격이 더 비싸다. 예를 들어, 베나치오 소화제의 경우 약국에서 한 상자(10병)의 가격은 8,000원이지만, 편의점에서는 1병씩 1,000원에 판매한다. 또 약국의 판콜 S는 5병에 3,000원 내외의 가격으로 판매하지만, 편의점의 판콜 A는 3병에 2,600원으로 판매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약품의 가격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뿐 아니라 성분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가 피곤할 때 흔히 마시는 박카스를 살펴보면, 약국의 박카스 D는 천연 피로회복제라고 불리는 타우린이 2,000mg 들어있지만, 편의점의 박카스 F는 타우린 함량이 1,000mg에 불과하다. 이는 제약회사 측에서 타우린 과다 복용 시 생기는 설사, 구토, 식욕부진 등의 부작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넷째, 편의점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 복약 지도를 받을 수 없어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 2012년 편의점에 공급된 안전상비약은 약 200만여 개였고, 부작용 보고는 124건이었다. 2016년에는 편의점에 10배 정도의 2,000만여 개가 공급되었고, 부작용 건수는 368건이었다. 약국은 각 연도에 60만여 개에서 50만여 개로 감소하였지만, 편의점에서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오남용 한 경우 역시 급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공공심야약국이 편의점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높은 의료 서비스와 의약품 접근성 등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편의점과의 가장 큰 차이는 약사를 통해 약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일부 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공공심야약국은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 의약품 품목이 확대되고 환자의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편의점은 의약품 관리에 대해 법률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에 의약품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공공심야약국은 환자가 간단한 상해 및 질환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어 응급실의 높은 진료비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따라서 편의점 비상 상비약의 다양화보다는 공공심야약국의 확대가 의약품 접근성 개선에 보다 기여할 것이다.

이렇듯, 공공심야약국은 편의점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약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복약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심야약국 역시 나름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심야시간대에는 의사 처방을 받기 어려운 만큼, 전문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또한, 제도가 실행되고 있지만, 공공심야약국은 그 수가 부족하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

공공심야약국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존에 존재하는 약국이나 편의점보다는 진일보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공공심야약국의 확충을 통해 국민들이 늦은 밤에도 필요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길 바란다.

글쓴이: 김가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김승아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이광혁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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