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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성추행 자살사건의 분노와 부사관제도의 개혁제언

"부사관 정풍운동(整風運動) 필요"

  • 기사입력 2021.08.18 15:46
  • 기자명 장순휘
▲ 장 순 휘(정치학박사, 전 육본인참부 부사관획득장교)    

지난 5월 공군 제20전비에서 있었던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부사관 자살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7월 25일 국방부 영내 미결수용시설에서 수감 중이던 상사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지난 12일 이번에는 해군 제2함대사에서 ‘해군 성추행 피해 여군부사관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해당부대 지휘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위 두 사건을 분석해보면 결코 무관한 사건이 아니며, 언제든지 재발이 될 수 있는 군내 부사관 간부사고라는 것이다. 하급자 여군 중사에 대해 상급자 남군 상사가 미필적 고의의 성추행이었다는 점과 부사관들 사이에서 일과 후 술자리에서 발생했던 점과 남군 부사관이 사건의 무마를 위해 불법적인 제2가해자 행동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적 처리도 중요하지만 ‘부사관 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혁이 절실하다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과거 ‘하사관(下士官)’이라는 명칭은 군하부구조의 실질적인 관리자로서 위상을 제고하여 ‘부사관(副士官)’으로 개정했다(2000.12.26. 법률 제6290호). 이러한 외형적 처우개선과 위상제고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으나 내부적으로 부사관 선발자원의 질적 개선측면에서 제자리걸음을 못 벗어나고 있다. 심지어 부사관후보생 모집목표에 미달이 되어서 그야말로 ‘지원 = 합격’이라고 하니 ‘우수한 부사관후보생’을 선발한다는 것은 어렵다.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의 부사관 계급의 취약한 인적 구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토양에서 각종 부적절한 간부의 사건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육·해·공군 각군 지휘부는 알아야 한다.

부사관은 군의 최일선 초급간부로서 법령·규칙·계획 등의 범위 내에서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업무의 처리를 구체적으로 감독하고, 지시·통제 또는 직접 수행하는 기능적 요원이다. 부사관의 책무는 ‘부대의 전통을 유지하고, 명예를 지키는 간부로서 맡은 바 직무에 정통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병의 법규준수와 명령이행을 감독하고, 교육훈련과 내무생활을 지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부사관의 책무는 과거 80년대 이전의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장교의 직무에 준하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우수한 부사관후보생’의 선발이 절대적으로 요망되는 최첨단 군대로 과거처럼 몸으로 때운다는 식의 무식한 군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고를 통하여 ‘부사관 제도’에 관한 몇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군조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부사관후보생의 학력 자격을 ‘전문대 재학’ 이상으로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과거 60년~80년대 부사관은 장교와 병의 교량적 역할을 통하여 부대의 인화단결과 전투력 발휘의 극대화를 지원하는 단순한 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90~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사회는 ‘고학력(高學歷)’ 사회로 급격한 발전이 있었으나 부사관은 ‘고졸(高卒)이상’의 지원자격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고졸’ 학력은 과거와 달리 현대군의 복잡한 업무면에서 부적합한 능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병사들의 학력수준이 통상 대학 재학생(평균 2~3학년) 수준으로 상향되면서 상급자로서 열등감과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왔다는 점도 사실(fact)이다. 선발 후에는 학군제휴를 통한 위탁교육으로 ‘학사 학위’를 획득하도록 자기계발을 체계화하고, 우수부사관들은 장교로 선발하는 독일식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둘째, 상급자 남군부사관이 하급자 여군부사관을 평정하는 직제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군조직에는 진급(進級)이라는 ‘생존경쟁’이 불가피해 부사관 하급자에게 부사관 상급자가 1차 평정권(評定權)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2차 평정권자도 부사관 상급자일수도 있다. 이런 평정의 이해관계에서 하급자 여군부사관은 업무능력과 성실한 근무자세보다 상급자 남군부사관의 불합리한 ‘호불호(好不好)’를 신경써야하는 매우 불공정한 근무환경에 직면(直面)하게 된다. 특히 평정으로 진급이 결정되는 직업군인의 입장에서 고의적인 ‘성희롱’에 불필요한 고민과 좌절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양성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남군과 여군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고질적인 사고의 원인을 시정하라는 관점이다.

셋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사관단’이라는 비공식적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 

부사관의 근무기강과 사기진작 및 남녀 부사관사이의 도덕적 위계질서도 확립하지 못하는 부사관단은 도대체 왜 있는 것인가? 이번 사건의 발생한 부대의 공군주임원사와 해군주임원사가 책임을 통감하고 지휘관에게 사과라도 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마치 군내 노조(勞組)와 같은 막강한 위력(威力)을 가지고 지휘관과 장교참모들의 직무에 비협조적인 사례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 군조직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부사관단’을 완전해체하여 부사관의 고유한 전통과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기강(軍紀綱)을 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사관들은 병영에서 병사들에게 어머니같은 존재로 장교들에게는 업무를 지원해주는 삼촌같은 존재였다. 과거 6.25전쟁과 월남전을 통하여 불굴의 투혼을 발휘한 자랑스러운 전통과 명예를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책임진 부사관으로서 정풍운동(整風運動)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부사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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