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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이중언어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 기사입력 2021.09.10 18:49
  • 기자명 이진경

 

▲ JG 사회복지연구소 이진경 소장 

 7년 전만 해도 결혼이주여성들의 모국어전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주였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 이웃들은 이중언어의 강점에 대한 관심도 없고, 정보도 얻기 어려워 행여 자녀의 한국어 사용 수준이 낮을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대다수의 가정에서 한국어만 사용할 것을 결혼이주여성에게 강요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제 7회를 맞이한 어울림이끌림 사회적협동조합에서의 이중언어 말하기대회 참여자들은 확연히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재정착 난민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 부모들의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자신감 넘쳤고 이중언어 말하기는 예전에 비해 유창했다.

 

예로 태국의 난민촌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재정착 난민’이란 제도로 대한민국에 오게 되었다고 소개한 미얀마 카렌족 중학생은 ‘왜 자신들이 난민이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미얀마의 인구구성은 약 100여개의 소수민족이며 버마족 68퍼센트, 산족 10퍼센트, 카렌족 약 7퍼센트 정도로 민족 간 갈등이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과 함께 버마족에 무력으로 싸운 카렌족을 내쫒기 시작해 1920년부터 태국의 난민촌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고, 끝내 1937년 일본과 버마족은 카렌족 학살을 자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재정착 난민 학생은 태국 메솟 지역 멜라 캠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규모 이상으로 훨씬 크고 넓다고 소개했다. 난민 캠프의 환경은 열악하지만 사람들도 많고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국과 다르지 않단다. 그러나 학비문제로 누구나 캠프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어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옥수수 농장이나 바나나 농장 등에서 일을 한다며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 묻는다. 학제는 1단계부터 10단계로 과정이 끝나면 대학에 갈 수 있는데 2년제, 4년제, 5년제의 대학과정이다. 다만 캠프안의 학교는 정식인가를 받지 않아 캠프 밖에서는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패션왕을 꿈꾸는 학생, 럭비운동선수로 활약하는 학생, 한국에 재정착하면서 카렌어 배우기가 쉽지 않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카렌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배우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 했다. 카렌어를 잘하게 되면 고향 미얀마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이중언어로 전달했다.

 

중국인 아빠를 둔 유치원생은 “아빠는 달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고요, 빨랫줄 위로 걸어 다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는 말만큼이나 많이 먹고요, 물고기만큼이나 헤엄을 잘 칩니다. 고릴라처럼 힘이 세고요, 하마처럼 늘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아빠는 최곱니다.” 라며 아빠자랑을 했다.

 

또한 코로나19가 끝나면 엄마의 고향인 베트남에 방문할 거라는 학생,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어 가오리처럼 우아하게 헤엄치듯 축구장을 마음껏 달릴 것이라고 꿈을 밝힌 학생, 요리사를 꿈꾸는 참여자는 ‘궁바우지딩’ 이름의 요리는 청나라 시대 한 관직을 지낸 ‘궁바우’가 닭고기 요리에 땅콩과 고추를 넣어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외 로봇에 관심이 많아 검색하다 ‘혼다’ 일본회사에서 만든 로봇을 찾았고 그를 계기로 인천공항, 다문화센터 근처의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을 직접보고 로봇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열심히 로봇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혼이주여성인 어머니는 2년 전보다 한국어 수준이 향상되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신을 불러달라며 낯설고 물선 한국 땅에서 함께 노력하고 성장하자며 발표를 마쳤다. 이중언어는 다문화사회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우리사회는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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