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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50회, 마지막 회)

"똑똑하고 강한 리더가 부드러움을 더 한다면...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의 극치(極致)"

  • 기사입력 2021.10.04 18:58
  • 기자명 발행인 김승동
▲ 발행인 김승동 

인생살이에서 꼭 강(强)해야만 상대방을 이길 수 있고 성공을 하는 것일까? 

온유하고 상대방을 헤아려 주는 인간적인 사람은 경쟁에서 결국 뒤처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묻혀버리고 말까? 만약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건 시대착오적이다. 시대 흐름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Darwin, Charles)’은 이미 오래전에 설파했다. “살아남는 것은 제일 강한 종도 아니고 제일 똑똑한 종도 아니다.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다”라고.  

칼리 피오리나(Carleton S. Fiorina) HP 회장도 “기업들도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하는데 혁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적응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등 조직생활에서는 일을 잘 처리하는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능력 못지않게 많은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그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대인관계 능력이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미지 요소들을 분석해 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따뜻한 카리스마’ 즉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다.

‘카리스마(Charisma)’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 ‘Khárisma’에서 유래된 단어로 ‘신의 은총’나’ ‘예언이나 기적을 나타낼 수 있는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를 뜻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에 의해 ‘대중을 감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로 일반화되면서 독재자적인 능력과 권위의 의미로 변환되고 이것이 지금까지 마치 강한 리더십의 상징적인 단어가 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화면서 이제는 카리스마가 리더십의 절대적 기준은 되지 못하고 있다.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폐기되기 보다는 그 단어의 의미가 ‘부드러운 카리스마’ ‘따뜻한 카리스마’ 등의 모습으로 접목되고 재해석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카리스마’는 조직 구성원과 상대방간의 상호 존중과 신뢰 그리고 협조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으로서 조직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기를 원하는 뛰어난 리더의 필수적 자질로 요구되고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의 카리스마를 가진 이들은 자신을 개방하는 자기 표현력과 남다르고 뛰어난 공감능력을 통해 자기 주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 자기를 따르게 하고 또 그것에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특별한 인간관계 능력을 보유한 리더라고 하겠다.

사실 이러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카리스마’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선인(先人)들이 큰 의미를 두고 가르쳤고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리더십이다.

중국 전한(前漢)말에 유향(劉向)이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부터 한초(漢初)까지의 전설과 일화를 모은 설화집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노자(老子)가 임종을 앞둔 스승 상용(商傭)을 찾아가 문병을 하며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남기실 가르침이 더 없으신지요?”라며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스승은 자신의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상용 : 내 혀가 아직 있느냐?

노자 : 그렇습니다.

상용 : 내 이는 아직 있느냐?

노자 : 다 빠지고 없습니다.

상용 : 왜 그런지 알겠느냐?

이에 노자가 답을 한다. "혀가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부드럽기 때문이고 이가 다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강하기 때문입니다.“(夫舌之存也, 豈非以其柔耶. 齒之亡也, 豈非以其剛耶)

스승 상용(商傭)은 "바로 그것이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그것이 세상 만물의 이치이고 세상사는 지혜이니라. 이제 더 이상 너에게 줄 더 가르침이 없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름하여 ‘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는 이 고사성어는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치아는 망가져 없어져도 혀는 남는다”는 뜻이나 좀 풀어서 해석하면 “조직에서 제 아무리 능력이 있고 똑똑할지라도 강직한 자는 치아(齒牙)처럼 부러지고 망가지기 쉬우나 설사(設使)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똑똑하지 못하더라도 부드러운 자는 혀(舌)처럼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는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일견(一見) 이해되지 못할 말 같기도 하나 남보다 강해야 하고 남을 이기는 것만을 추구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치망설존’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삶을 돌아보게 한다.

또 노자의 『도덕경』에 ‘이유제강(以柔制强)’이란 말도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다. 

진정한 부드러움이 극에 달하면 진정한 강함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오래된 가르침들은 많다. 세상에 물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없지만 끊임없이 떨어지는 낙숫물은 결국 언젠가는 주춧돌을 뚫고야 마는 것과 또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시합을 하는 바람과 해님과의 경기에서 해님이 이기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열린 입이 달려있다고 해서 강한 힘이 있고 이빨이 있다고 해서 남을 무고(誣告)하게 험담하고 씹는 자는 끝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입의 혀같이 또 심산유곡(深山幽谷)을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언젠가는 흥하게 되고 오래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理致)리라.

훌륭한 리더라면 진정으로 강한 힘은 부드러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대표적인 실제 예로 남아프리카 최초 흑인 대통령을 한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를 들고 싶다.

만델라(Mandela)는 민주화 운동의 대가로 46세 나이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한 후 72세의 나이로 석방됐다. 특히 만델라는 투옥 기간 중 약 13년을 채석장에서 일하면서 걸린 폐결핵이 재발해 사인(死因)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델라는 석방 후 4년 뒤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토록 힘들고 오랜 감옥 생활동안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토록 긴 세월동안 바깥세상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통제된 상황에서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만델라 대통령 특유의 인간관계 리더십 때문이라고 한다. 만델라는 자기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부드럽게 포용하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만델라는 자신을 감옥에 가둔 백인 정치인들과 사악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대해 거친 분노를 발하지 않았다. 그는 간수들이 아무리 야만적인 짓을 해도 그들에게 화해와 용서라는 것을 잃지 않았다. 간수가 자신을 괴롭히고 인간이 아닌 동물취급을 해도 그저 그르려니 하고 때로는 자기를 훈련하는 하나님의 선물인양 여기고 늘 자신의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를 지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해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 속에 과거사 청산을 실시했다. 인종차별 시절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투쟁을 화형과 총살 등의 잔악한 방법으로 탄압한 국가폭력의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사면을 하는 부드러운 지도력을 보이면서 국가를 통합하는데 힘썼다.

또한 피해자 무덤에 비석을 세워줌으로써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절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잊혀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지혜롭고 따뜻한 배려를 하는 리더십도 보임으로 그의 카리스마는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전 세계인에 전파되고 기억되고 있다.

‘리더십은 인내에 의해서 완성되고 리더십은 용서에 의해서 거룩해진다’는 말은 만델라 전 대통령을 수식하는데 딱 적합한 문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직장 생활이나 인생을 살다가보면 정말 너무 분하고 억울한 일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가능한 당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설사 그런 일에 처하더라도 만델라처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인내하고 미운 것과 분노에 대해 용서하면서 부드러움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똑똑하고 강한 리더가 부드러움을 더 한다면 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의 극치(極致)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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