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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의 후예(11회) 과열된 재해 복구경쟁

  • 기사입력 2021.10.21 10:06
  • 기자명 이철원
▲ UN OCHA(인도주의 업무조정국)와 회의 

필리핀에 ‘하이옌’이 강타한 직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미국, 호주, 일본, 중국 등 10여 개국은 항공기와 군함, 구호인력을 파견했다. 이와 더불어 UN 등 국제기구와 수많은 나라에서 온 NGO 단체가 태풍 피해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국가와 NGO 단체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서로 협력하기도 했지만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서로 경쟁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다보니 과열된 경쟁의식으로 대만의 한 단체는 주민들에게 돈을 직접 나누어 주다가 UN OCHA(인도주의 업무조정국)로부터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엄청났었으며 한 동안 주민들이 그 단체인원만 보면 환호하고 몰려들었다. 

각국의 구호인력과 단체가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치다 보니 같은 지역에서 서로 먼저 하려고 하거나 중복해서 지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례로 우리가 초등학교 복구를 시작하여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게 되자, 우리가 복구를 약속한 초등학교에 여러 NGO 단체가 찾아가 복구하겠다고 하여 우리가 포기하고 물러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이들 NGO 단체는 지붕만 보수하지만 아라우부대는 지붕뿐 아니라 전기, 급수, 울타리, 화장실, 놀이시설 설치까지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주니, 다른 NGO 단체의 약속을 믿고 우리의 복구 약속을 파기했던 학교에서 그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시 부대를 찾아와 추가로 복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는 아라우부대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부각될 수 있도록 다른 단체와 활동방법을 차별화하여 중장비를 이용한 태풍 잔해물 정리와 학교 복구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서 장기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에 집중했다. 의료지원 역시 NGO 단체들이 도심지역에 집중하며 환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에 반해 과감하게 시골 마을마다 직접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한류의 영향을 고려해 지역별로 K-POP과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와 ‘한글학교’, 지역주민의 생활향상을 위한 ‘아라우 중장비 직업학교’ 등은 아라우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지원활동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파병 3개월이 넘어서면서 부터 필리핀 정부와 현지주민의 호의적 평가와 함께 UN을 비롯한 각국의 NGO 단체로부터 ‘재해복구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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