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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수출하는 대한민국

  • 기사입력 2021.11.03 14:47
  • 기자명 이석복
▲ 歡喜 이 석 복(수필가,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신문에서 2021년 9월 발간된 옥스퍼드(Oxford)영어사전에 한국어 단어가 26개 새로 실려 모두 100여개 가량의 한국어 단어가 실려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솔직히 자랑스럽다. 새로 올라간 우리말 단어의 일부를 소개하면 먹방(mukbang), 대박(daebak), 오빠(oppa), 한류(hallyu), K-드라마(K-drama), 반찬(banchan), 잡채(japchae), 김밥(kimbap) 등 아주 친밀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몇 년 전 아줌마(azoomma)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실렸다고 ‘한국아줌마들’의 파워가 놀랍다는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팀은 한국문화 열풍(熱風)이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2010년대에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것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력이 신장되고 한류문화 중 특히 K-팝, K-드라마, K-푸드 등이 세계인에게 열광적으로 받아드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 세계적인 K-팝그룹인 ‘방탄소년단’이 영어표기인 ‘BPB(Bullet Proof Boyscout)’를 쓰지 않고 한국어 단어인 ‘BTS(Bang Tan Sonyundan)’를 사용한 것도 압권(壓卷)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콩글리쉬(Konglish/Korea-English ; 한국식 영어)가 미국과 세계인에게 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옥스퍼드 사전에 실린 ‘스킨쉽(skinship ; 신체접촉)’과 ‘파이팅(fighting ; 격려의 구호)’ 등이다. 많은 한국인들 조차도 ‘파이팅’이나 ‘스킨쉽’을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로 생각하지만 실은 한국에 근무한 적이 없거나 한국인을 처음 접하는 미국인들은 그 말이 분명히 영어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쓰는 뜻으로 이해를 못하고 무슨 뜻인지 잘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인들도 한국식으로 이해하며 활용도 하기 때문에 사전에 실리는 상황으로 진전되었다. 내가 실제로 콩글리쉬에 관련해 경험한 일이다. 소위 하우스보이(House Boy ; 1950년대 6.25전쟁 당시 미군부대 내에서 구두닦이, 청소, 세탁 등 잡일을 돕던 소년들)가 학문적 기초없이 자기들 편의대로 쓰는 영어 중 미국내에서도 통하는 영어가 된 예가 다소 있다.

“오랜만입니다”를 하우스보이들이 “Long time no see”란 한국식 영어문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영어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잘 아는 사이에 오랫동안 보질 못해 궁금했는데 만나서 반갑다는 뜻으로 쓰던 말이다. 전형적인 콩글리쉬인데 신통하게도 주한 미군들에게는 잘 통하는 말이었다. 

정식문법에 맞는 영어로 말한다면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we met last time.” 또는 “I am glad to see you again”정도 일터인데 이런 말은 하우스보이들에겐 너무 어려웠고 또 문장이 길어서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Long time, no see”란 말이 무슨 말인지 물어봤더니 대체로 무슨 말인지는 이해를 하는 눈치였지만 미국사회에서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내가 잘 아는 미국인 교수에게 물어 봤더니 그 말의 이해는 물론 미국인들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1990년대 들었던 조크 중에 한 예도 생각이 난다. 미국으로 이민 온지 얼마 안된 한국사람이 교통규칙을 위반하여 미국인 경찰관에게 걸렸다. 그때 한국사람은 당황한 나머지  “one time look at me, please”라고 한국식 영어로 사정을 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제발 한 번만 나를 봐주라”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자 미국 경찰관은 한국사람이 ’얼굴을 한 번만 쳐다 봐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벌금딱지를 떼어줬다고 한다. 

그후 뭔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미국경찰관은 경찰서에 돌아와서 한국계 경찰관에게 그 상황을 물어봤더니 “Give me a break 또는 Please have a heart” 즉 쉽게 말하면 “Could you just let it go this time without penalty”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자 미국 경찰관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려면 어떻게 말하냐?"고 조언을 요청하여 “이렇게 저렇게 말하라”고 알려 줬다고 한다. 이 미국 경찰관은 다음번 순찰시 역시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교통위반에 걸려서 다가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one time look at me, please”라고 하기에 그 즉시 미국 경찰관은 “No soup!”(국물도 없습니다)라고 하자 한국인은 잘 알아듣고 딱지를 떼이고 갔다는 얘기다. 80년대 조크였지만 지금은 이 콩글리쉬마저도 미국에서 통한다고 들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자동차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콩글리쉬까지 수출했었던 것이 아닌가? 

말이 나온 김에 영어 한 마디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OK(좋다, 틀림없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 없을 정도로 일상화된 말이다. 이 말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 당시 미국군대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예를 들어 전투에서 5명이 전사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면 전투상황도에 5K(5 Killed), 10W(10 Wounded)라고 간단하게 기록한다. 그런데 한 명도 죽지 않았다면 OK(Zero Killed)라고 기록한다. 전투에서 한 명의 전사자로 발생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좋은가. 여기서 숫자 ‘0’이 알파벳 ‘O’로 읽혀 OK〔oukei〕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소산이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단어(신조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의 나쁜 문화가 영어단어로 세계에 알려진 소위  ‘Korean Time(코리안타임)’이란 말이 있었다. 한국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습관을 지적하는 뜻인데 우리 국민들이 시간지키기 노력으로 한때 유행하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그런데 얼마전만해도 우리 사회에 일부 젊은이들이 ‘Hell Korea(지옥같은 한국)’이라는 말을 써서 스스로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폄훼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대신 ‘o’자를 추가하여 ‘Hello Korea(놀라운 대한민국)’라는 말을 써야하고, 우리 젊은 세대가 대한민국을 그렇게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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