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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기사입력 2021.11.07 19:00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하루살이

 

윤희선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인정도 사정도 눈물도 없는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밤이 되면

일손도, 펜도 그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잠들어야 한다

잠들기 전까지 나는 어떠한 일을 하였는가

 

쫓기듯 살아가는 삶에서 세상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굳이 따진다면 해는 가만히 있고 지구가 돌아간다. 왜 지구가 도는가. 태양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없다면 지구가 없고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한 쪽으로만 도는가. 반대로도 돌고 옆으로도 돌고 빨리 돌았다. 천천히 돌았다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같은 방향으로만 돌아 동쪽과 서쪽을 구분해야 하는가. 자연은 오묘하다. 제자리를 벗어나면 모든 게 사라진다. 만약 지구가 방향을 튼다면 그때는 태양이 사라질 때이고 지구는 멸망한다. 그것으로 보면 인간은 위대한 존재다. 장황하게 자랑해도 모자란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맞춰 일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나누고 그에 따라 삶을 유지한다. 시간은 태양의 빛과 그늘에서 만들어지지만 구분하는 것은 인간이다. 시간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문명은 생성되었다. 그렇다면 빨리 흘러가는 것을 원망해야 하는가. 조금 늦추려고 애써야 하는가. 아니다. 여태껏 살아온 방법대로 그렇게 살면 된다. 처음 시간을 구분할 때 정확히 측정한 그대로 주어진 삶을 살면 된다. 그런데 아쉽다.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끝없이 탐하고 움직인다. 윤희선 시인은 이것에서 시의 착점을 찾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을 어찌할 수 없으나 사람으로서 누구나 갖는 생각을 언어의 시발점에서 종착점까지 한 줄로 그어놓았다. 바꿀 수 없으니 즐기면 된다. 즐길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살자. 생각보다 빠른 시간을 붙잡으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하루는 태양이 이끌지만 사람이 구분 지었지 않았는가. 비록 하루를 살아도 그 하루가 전부를 만들어가는 기초다. 짧은 시 한 편에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가볍게 풀었다. 오늘도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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