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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조문에 싸늘한 정치권…이틀간 '현직의원 3명' 발걸음

김기현 "개인 자격…고인에 대한 법적·역사적 평가는 다 내려져"
반기문 "過가 많은건 틀림없어…노태우처럼 용서 구했으면 좋았을 것"

  • 기사입력 2021.11.24 23:58
  • 기자명 이창준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전 씨의 아들 (오른쪽부터) 재국, 재용 씨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이틀째인 24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한산했다.

정치권의 온도는 싸늘했다. 전직 대통령의 빈소치고는 현역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보내는 조화도 간간이 빈소에 들어설 뿐이었다.

이날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김기현 원내대표가 발걸음했다. 한때 전씨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이 전날 조문한 데 이어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2·3번째 빈소 방문이었다. 이외에 조문한 현역 의원은 현재까지 없다.

오후 2시께 도착한 주 의원은 '고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평가는 역사가 할 일이고, 돌아가셨으니 저는 명복을 빌 따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 내정된 주 의원은 주요 대선 후보들이 조문을 안 하는 데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언급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윤 후보의 조문 불참에 대해 묻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오후 5시 20분 빈소에 들어섰다. 김 원내대표는 "사람의 죽은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 차원에서 조문했다"며 "개인 자격으로 조의만 표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에서 빈소에 발길을 꺼리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다 다르고 또 존중해야 한다"며 "다만 고인에 대한 평가는 법적 평가나 역사적 평가는 사실상 다 내려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력 진압으로 피해자와 유족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며 "법적·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그 책임은 워낙 크고 막중하기 때문에 반드시 져야 한다. 고인의 업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전씨 미납 추징금을 사후에라도 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서는 "미납된 게 있으면 당연히 내야 하니까 두말할 것도 없다"며 "내용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은 조문 후 유족 측의 말을 소개했다. 유족 측은 김 전 의원에게 "와줘서 고맙다. 여기 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겠다"고 말했다고 김 전 의원은 전했다.

빈소에는 현재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 씨와 아들 재국·재용 씨, 딸 효선 씨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체류 중인 재만 씨는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조문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 실세로 꼽혔던 이 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나는 전두환 정권 때 두 번이나 감옥에 갔고, 재야에서 전두환·노태우 구속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이라며 "생전에 한 일은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문하는 게 마땅한 예의라는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 '신군부 막내'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5공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 오일랑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처장, 이종구 전 국방장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김동신 전 국방장관 등이 발걸음을 이어갔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핵심 실세인 '쓰리(3) 허' 중 한 명이던 허화평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1982년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당시 전씨의 친인척 공직 사퇴를 건의하면서 전씨와 멀어졌고 그해 말 청와대를 떠났다.

허 전 의원은 '고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제가요? 많이 섭섭하죠"라며 "갑자기 돌아가셨다. 영부인에게 위로를 드렸다"고 말했다.

장세동 전 부장과 김진영 전 총장 등은 이틀 연속으로 빈소를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도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인간은 사실 다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전 전 대통령이 과가 많은 것은 틀림없다. 공과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를 해줄 것"이라며 "마지막에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리본이 달린 '가짜 조화' 소동도 있었다. 이 화환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화환 옆에 자리했으나 오후 1시 50분께 박 전 대통령의 '진짜 조화'는 배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황급히 치워졌다.

박 전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조문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죽음은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얼마 전 작고한 노태우 전 대통령, 또 이렇게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 세 분이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조화를 보냈다. 전날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재계 인사들 조화와 나란히 위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근조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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