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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 기사입력 2021.12.12 22:17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부부

                                                             한희숙

 

여러해 살다보니

있으나마나한 존재감

없느니만 못한 남의 편

걸림돌이 되었다가

그래도 어느 순간

디딤돌 되어 그 자리 지키는

 

좋은 옷 입히고 싶고

맛있는 음식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가족관계증명서엔

내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영원한 필요악

그래도 양심상

꼬리치며 달려 나오는 반려견과

서열 다툼 비길 수 없는 그 사람

가시버시란 순수한 우리말은 부부의 다른 말이지만 가시버시라고 부르는 건 이제 모두 잊었다. 경제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서로 아끼며 존중하는 사이가 부부다. 남편은 아내를 자상하게 대하고 아내는 남편을 존중하는 그런 관계를 가장 좋은 부부관계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랑을 빼놓고는 설명하지 못하는 사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시작하여 미움으로 끝나는 사이를 훨씬 많이 보이는 게 현실이다. 남녀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다. 생태적으로는 암수의 짝이지만 육체적인 것 말고 정신적인 영향이 부부관계의 깊이와 질이 좌우된다. 전생의 원수가 부부가 된다던가, ‘만나지 않았어야 할 사이가 만나는 게 부부다’라는 말은 부부가 어떻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부부는 어려운 사이로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어렵고 껄끄러운 관계다. 공자 노자 장자 등 수많은 동양 철학자나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서양의 철학자들도 부부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모두가 자기의 삶에서 느낀 대로 말할 뿐이다. 남자와 여자의 삶에서 어느 짝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을 보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으나 행복한 부부는 서로가 양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한희숙 시인은 이점을 강조한다. 인생 후반부를 살며 그동안 경험했던 부부관계의 모든 점을 한 편의 시에 담아내었다. 어떤 때는 있으나마나 하고 없느니만 못한 남자, 걸림돌이 되었다가 디딤돌이 되어 자리를 지키는 미워할 수 없는 사이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사이, 날마다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면서도 서로를 찾는 사이가 부부다. 현시대에 사는 모든 부부에게는 공유할 메시지를 보내고 젊은이들에게는 부부는 어떤 것인지를 말해준다. 모두가 깨닫고 있으면서도 선뜻 생각하지 못하는 주제로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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