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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왜 국민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하나?

  • 기사입력 2021.12.27 13:56
  • 기자명 수도권취재본부장 겸 교육팀장 정성민
▲ 수도권취재본부장 겸 교육팀장 정성민

지난 주말 저녁, 동네 식당을 방문했다. 저녁 음식을 포장하기 위해서였다.

테이블에 앉아 포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과 종업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손님은 "백신 미접종자도 혼자 식사는 가능한데 왜 안 된다고 하느냐"며 따졌고, 종업원은 "그건 알지만 저희 가게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식사를 허용한다"고 맞섰다. 

다행히 언쟁은 오래지 않아 마무리됐다. 손님이 "알겠다"며 마지못해 수긍하고 떠났다. 

포장 음식을 갖고 집으로 오는 길에 하나의 기사가 생각났다. 백신 미접종자 식사 거부 가게 명단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한다는 것이다. 백신 미접종자들에게는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겠지만 명단 공개 가게는 마치 백신 미접종자들을 거부하는 혹은 꺼려하는 가게로 오인될까 염려스럽다.    

그러면서 아까 동네 식당에서의 일이 다시 떠올라 씁쓸함이 느껴졌다. 왜 국민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단 말인가.

방역 대책의 성패는 철저히 정부의 몫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낭떠러지에 몰린 현실이다. 물론 방역지침 위반 사례가 일각에서 계속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 방역 대책에 충실하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상황에서도 근본적·장기적 대책보다 임시방편적·단기적 처방에 급급했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병상 확보를 줄기차게 요구했어도 정부가 외면하다, 병상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이제서야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병상 확보를 비롯해 근본적·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일찌감치 수용, 대비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더욱 나아졌을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정부의 방역대책을 '실패'로 규정한다. 

정부의 방역대책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지난 11월 1일 위드 코로나 1단계 개편 시행 이후 47일 만에 거리두기가 재차 강화되면서, 방역 책임의 부담을 국민들이 모두 떠안고 있다.

결국 국민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발생한다. 어느 식당인들 백신 미접종자라고 외면하고 싶겠는가. 그런데 행여 방역패스를 위반하면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이상부터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니 아예 백신 접종자만 식사를 허용하는 것이 식당 입장에서 속시원할 터. 

취재를 위해, 아니면 일상에서 현장을 다닐 때마다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의 방역대책은 연신 헛발질인데 국민들만 희생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도 내년이면 3년째다. 부디 이제는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될 때마다 국민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근본적, 장기적 대책 마련에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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