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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 기사입력 2022.01.08 04:03
  • 기자명 이오장

 

하늘

 

                                                          이상원(노원)

 

하루가 다르게

높은 빌딩과 숲을 깎아 지은 아파트가

점령군처럼 하늘을 지운다

그 엄청난 기세에 눌려

파랗게 질려버린 하늘

당연히 내가 보는 하늘은

그만큼 작아지고 기도도 적어졌다

집 잃은 별들이

소란스런 말소리 가득한 불야성의 거리에 쏟아져

쓰레기와 함께 굴러다니고

강변의 개망초꽃 위에 앉아 흔들리던 달빛은

건물 옥상에서조차 내려오지 못한다

창끝처럼 뾰족한 콘크리트 모서리를 피하려다

기어코 쓸쓸히 먼 산을 넘어가는 하늘

땅과 건물에 둘러싸여

육신만 비대해지는 하루가

고해성사보다 아프다

 

 하늘은 사람이 땅에서 위로 올려다볼 때 보이는 곳으로 정의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하늘을 봐 왔지만 정확하게 정의되기 어렵다. 하늘의 개념은 땅 위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지평선  위의 대기, 또는 행성과 행성 위에 붙어있는 물체들의 보이는 표면 위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의 머리 위가 바로 하늘의 시작이다. 무한대로 넓은 우주의 저쪽까지는 하늘이라 할 수 없고 오직 지구에서 위를 바라볼 때의 창공을 하늘이라 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는 하늘을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로 보지만 그 하늘과는 명확히 구분 지어진다.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경외의 대상이고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하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은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운명을 좌우하며 일상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러르는 절대적인 대상이다. 그런 하늘이 지워졌다. 사람이 그렇게 숭배하던 하늘이 갑자기 지워진 것이다. 무슨 일인가.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은 인간 역사에서 다반사로 써졌지만 실제로 하늘이 무너진 것이다. 하늘은 절대의 대상으로 스스로 무너지기 전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데 왜 무너졌는가. 이상원 시인이 그 답을 찾았다. 하늘은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무시하고 거부해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낮은 집에 살며 하늘을 우러러야 하는데 하늘 깊숙이 아파트를 짓고 그

▲ 시인 이오장 

위에 올라가 빛을 가렸다. 하늘이 파랗게 질리도록 창으로 찌른 것이다. 별빛은 인간의 빛으로 사위어지고 달빛은 이국적인 개망초꽃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마지막 남은 하늘마저 콘크리트 모서리를 피하려다 쓸쓸하게 먼 산으로 넘어간다. 하늘은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지고무상의 존재다. 그런 하늘을 인간 스스로가 무너트린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아마도 종말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하늘 무서운 줄 알자. 되돌려 놓기는 힘들지만 이상원 시인을 따라서 남은 하늘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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