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격을 가진 피부

[특별기획]경영자가 본 <시시각각 트랜드> 2회
"원료도 자기가 좋아하는 원료와 더 편하게 섞여"

  • 기사입력 2022.01.16 01:01
  • 기자명 최성곤
▲ 최성곤 (주)에이징 대표이사.한국메타버스협회 수석전문위원.시인

피부가 사람처럼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관적 가치인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이 글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으리라 본다. 아마 대부분 사람은 동의할 수 없지 싶다.

20년 전 화장품 공장을 처음 시작할 무렵, 거의 매일 만났던 피부과 교수님이 계셨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날, 함께 산을 오르는데 '피부는 인격이다‘라는 말로 피부를 설명하셨는데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 근성으로 아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인가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캠핑을 갔다 왔는데, 피부가 가려워 잠을 못 잤다고 하는 소리에 문득 '피부는 인격'이라는 교수님 말씀이 떠올랐다. 피부는 어떻게 풀에 독이 있는지 알았을까? 어느 사람도 이 풀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는데 피부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가려움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려고 했을까?, 피부가 인격적 존재라 그런 건 아닐까?

이후로 보습 화장품을 만들면서 필자의 기준이 아닌, 피부 기준에서 화장품 원료를 보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정말로 피부가 좋아하는 원료만 가지고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부는 사람하고 비슷해서 자극을 자주 받게 되면 예민하게 바뀐다. 매일 바르는 화장품도 이것저것 겹쳐서 많이 바르면 보습이 높아지기도 하겠지만, 화학적 자극도 같이 높아져 도리어 자극적인 피부로 변하기 쉽다는 것과 햇빛의 자극도 같은 원리로 설명이 된다. 햇빛을 적당하게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해 면역기능의 증가를 가지고 오지만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면 수분 손실로 인하여 피부는 탄력을 잃게 되어 노화가 급격히 진행하게 된다. 적당한 자극의 보습은 피부도 아주 좋아하지만, 지나치면 알레르기라는 말로 싫다는 표현을 분명하게 한다.

▲㈜에이징 주요제품[필자 제공]  

보습 화장품을 만들면서 놀라운 현상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화장품은 여러 가지 원료들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내용물을 만들고 난 후, 제형(劑形)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일정 기간 보관을 하게 되는데 무(無) 생명인 원료도 자기가 좋아하는 원료와 더 편하게 섞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만 좋아하는 것과 더 가까워지려고 하는 속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 원료에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내 몸의 장기 중 가장 넓은 면적의 피부는 가장 중요한 신체 장기 중 하나이며 독립적인 인격체라고 이제는 인정하고 있다. 더욱더 피부에 도움이 되는 보습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새해에도 또 다짐해 본다. 피부에 가장 근본적인 것은 적당한 보습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보습이야말로 ’피부 건강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인격을 가진 피부에게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꼭 필요하다. 자기 몸에 있다고 자기 것인 양 함부로 대하다 보면 피부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특징도 있다. 겨울철 조금 가려운 증상이 있다면, 피부가 수분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빨리 감지해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어 피부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인격을 가진 피부에게 더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면, 보다 건강미가 넘치는 피부로 보답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