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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정몽규 HDC 그룹 회장 사퇴에 부실참사 꼬리자르기 비판"

HDC, 이사회 개최하고 사고 경위·책임 조사와 재발방지책 수립
국민연금,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등 문제기업 주주권 행사

  • 기사입력 2022.01.17 13:58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 그룹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하며, HDC 이사회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엄정 대처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정 회장의 사퇴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2021년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와 지난 11일 6명의 실종자를 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잇달아 발생시킨 현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면서 "현산은 학동 참사 당시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7개월만에 사고는 다시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몽규 현산 회장이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이는 오히려 그동안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현산은 대표이사 사퇴로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사회를 개최, 사고의 경위와 책임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국민연금은 현산의 2대주주로서 학동 참사 이후 제대로 열리지 않아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현산 이사회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리고 현산뿐만 아니라 카카오·카카오페이 등 최근 이사들의 충실의무 위반 등으로 인해 회사가치 하락을 겪고 있는 회사들에 대해 지금 당장 대표소송 등을 진행, 국민 노후자금 손실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우리나라의 '오너 리스크' 문제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지배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그의 독단적 경영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오너 리스크'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빈발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주주들은 지주회사, 순환출자 등의 지배구조를 이용해 매우 적은 지분을 갖고 이사로서의 책임을 지지않고도 계열사 경영에 전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은 등기이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회사의 '주인 행세를 해오고 있으며, 이들의 횡령·배임 등 사법 리스크는 개별 회사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주가에 악재를 끼치고 있다"면서 "이에 정몽규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사회는 이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이사와 이사회의 충실의무 해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고에 대한 재발대책 또한 속히 강구해야 한다"며 "상법에 기재된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다하지 않는 종이호랑이 이사회는 이제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재차 당부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은 최근 투자회사 이사들의 업무 해태·도덕적 해이로 인해 수익률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금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학동 참사 당일 2021년 6월 9일 기준 31,400원이던 현산 주가는 17일 오전 최저가 기준 17,800원으로 43% 가량 폭락했다. 2021년 3사분기 기준 현산의 6.89%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주가하락 뿐 아니라 해당 사고로 인한 회사 이미지·신뢰 훼손 등으로 인한 손실을 부담하게 됐다"며 "반복되는 오너리스크, 중대재해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국민연금도 큰 손해를 보는데 주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기업에 수조원의 투자금만 제공하는 게 과연 국민연금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고 따져 물었다. 

참여연대는 "현산에 발생한 대규모 산업재해는 전문 건설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안전관리 소홀과 수준 이하인 건축과정에 대한 하자와 품질 관리 상태를 보여준다"면서 "이에 국민연금은 산업안전과 건설품질 관리 전문가를 공익이사로 추천, 이사회가 현산 경영진의 고질적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미흡을 체계적으로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더는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회사들에 대한 대표소송에 나서야 한다"며 "또한 반복적인 경영부실에도 한 번 개최되지 않고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이사회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에 국민연금은 대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로 현산 이사회가 전면개편될 수 있도록 대표소송뿐 아니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익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과 이번 사고와 연루된 문제이사 해임요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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